하루키의우물

징크스

2010. 1. 24. 20:11




검은 고양이기 앞길을 가로막아도 이건 아무 일도 아니다. 나는 검은 고양이를 기르고 있었다.
그런데 노벨상에 낙선되는 날에는 뭔가 나쁜 일이 벌어진다. 작년에 공중전화부스에서 전화를 걸고 있었는데 전화는 안 되고 돈만 먹었다. 자동차 사고를 당해 한쪽 다리를 다친 일도 있었다. 핫 도그의 비엔나 소시지를 통채로 떨어뜨린 일도 있었다.
비 오는 날엔 제대로 되는 일이 없었다. 방금 사온 우산을 찢겨버린 것처럼.
밤에 강도가 침입해 불길한 일이 일어난다. 아직 버리지 않은 쓰레기를 잃어버린 것처럼.
교실에 들어가 미인 여학생들이 앞자리에 앉아도 그건 아무 일도 아니다. 즐겁기도 하지만 신경이 무디어진다.
그러나 역시 목숨 잃는 경우가 최악이다. 며칠 전 그 날이 복권 파는 날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