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개, 그 행복한 만남에 관하여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삶의 동반자
특별한 만남
지금부터 1만 2,000년 전, 개의 조상이라 할 수 있는 늑대는 사회구조와 생활환경이 인간과 비슷했다. 따라서 인간이 사는 곳에는 대개 늑대가 있었다. 인간은 먹이사슬의 경쟁자인 늑대가 사냥감을 찾아내고 추적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졌기에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하고자 일찍이 길들이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렇게 사람과 지내기에 적합한 늑대를 고르고 기르던 것이 현재의 개가 만들어진 기원이다. 인간과의 만남 이후 개는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인간사회의 생활 속에 깊숙이 뛰어들어 많은 역할을 감당하면서 지내게 되었고, 그 영역을 지속적으로 넓히며 발전하고 있으며 변화하는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기도 한다. 수렵채취시대에 사냥의 동반자로 출발한 인간과 개의 만남은 민속과 종교, 문학과 예술, 전쟁과 스포츠에서 이어지고 인간의 장애와 한계를 극복해 주는 도우미로,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동반자로 발전하여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만남이 이루어지는 단계까지 오게 되었다.
한국인과 개- 오수의 개
인간의 사랑을 받으며 대표적인 반려동물로 자리하고 있는 개도 인간과 관계가 껄끄러웠던 시기가 있었다. 중세유럽에서는 일반인이 개를 소유하는 것을 이교도의 증거, 마녀 등 부정적 시각으로 보았기 때문에 개를 기르는 것이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금은 동물문화를 선도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그들도 18세기에 들어서서야 개의 소유가 일반인에 자유롭게 되었다 하니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동물 사랑이 더 각별한 것도 같다. 우리나라에서 개와의 극적인 만남은 전북 임실군 오수면에서 전해지는 '오수의 개'라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술에 취한 주인이 집에 돌아오는 길에 잠이 들었는데 그 주변에 불이 났다. 개는 주인을 깨워도 일어나지 않자 개울가로 달려가 몸에 물을 적셔 주인이 자는 주위를 젖게 하기를 수없이 반복하다 지쳐 쓰러졌다. 주인이 일어나 보니 인근이 모두 불에 탓는데 자기가 쓰러진 주변은 그대로였고 그옆에 개는 죽어 있었다'라는 짧은 이야기는 주인과의 아주 특별한 만남이라는 관점에서 긴 여운을 남긴다.
서양인과 개- 아문젠의 썰매개
역사적 사실에 등장하는 개와의 만남은 세계 최초로 남극점을 정복한 아문젠과 그의 썰매개를 꼽을 수 있겠다. 노르웨이의 극지 탐험가 아문젠이 남극점에 도전할 때 영국의 스코트는 국가의 대규모지원을 받으며 남극점을 향했다. 아문젠은 9명의 정예대원과 함께 에스키모들이 사용하는 개썰매를 이용해서 재빠르게 이동하였으나, 스코트는 극지방에 어울리지 않는 조랑말을 이용해서 이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52마리의 개와 4대의 썰매로 탐험 시작 55일만에 아문젠은 남극을 먼저 정복하여 개선하였고, 스코트는 4주 늦게 남극에 도달하였으나 장기간 이동의 어려움을 극복치 못하고 돌아오는 길에 죽음을 맞이했다. 아문젠의 성공 열쇠는 현지 적응을 잘한 썰매개의 기동성에 있었던 것이다. 개의 뛰어난 능력과 인간과의 조화로 일궈낸 승리인 셈이다.
만남이 더 아름다울 수 있도록
이외에도 이러한 만남의 사실과 이야기는 끝이 없다. 그러나 이러한 소중한 만남이 계속 이어지고 발전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해야 할 일들도 많다. 최근 우리나라는 애완동물 사육붐을 타고 동물을 기르는 가정이 20%에 가까울 정도로 많이 늘었다. 고양이와 개가 비슷한 수를 보여주는 서구 사회와 달리 우리나라는 애완동물 중 90% 이상이 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수는 적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동물에 대한 주인의 배려는 아직은 좀 부족한 것 같다. 남들이 기르니까 유행으로 따라 기르는 것은 아닌지, 개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지, 개의 불편함과 고통을 없애 주기 위해 끝까지 책임을 지고 있는지, 품성좋은 개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지, 이웃에게 불편함을 주고 있지는 않는지 등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인간에게 끝없이 도움을 주고 있는 개, 인간과 가장 대화가 잘 통하는 동물인 개와 좋은 만남과 유대를 증진하기 위해서는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인간의 진정한 관심이 필요하며, 지금이야말로 바로 그 때라는 생각을 해 본다.
글/ 신남식(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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