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극미와 극대의 세계만이 있는 거야. 극미의 세계는 독방 속의 지리한 일상들이고, 극대는 징역 밖의 그리운 이들과 세상 소식들이지. 중간이란 게 없어, 극미와 극대를 체험하는 사람은 성격도 그와 비슷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작은 일에 지극히 소심하게 집착하는가 하면, 터무니 없는 큰 꿈을 품기도 하고, 나한테서 혹시 그런 것 느끼지 못하겠니? 그러기에 우리 수인들에게 있어 이 '편지하는 행위'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