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아름답다’는 말은 삶의 여유가 있을 때 하는 말이다. 목숨을 위협받는 폭풍우 속에서 겨우 헤쳐 나온 후 뒤돌아보며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아픔’을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오래전에 그런 고통을 지나온 사람이다.

가끔 “몸을 추슬러야지. 일단 살고 봐야지”라는 말을 듣곤 한다. 그때마다 ‘그대가 내 곁에 없는데 목숨만 추스르면 뭐해’하는 생각이 앞을 막아선다. 그대가 없는 삶은 사는 게 아니라 멍한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추억이 아름답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냥 추억은 아픈 것이라고 말했으면 좋겠다. 가슴속에 작은 방을 만들어 모든 추억을 넣은 후 문을 닫아야 한다.

참 많은 부분을 보냈고 보내고 나면 다시 돌아가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때쯤이면 이 아픈 기억들이 아름다운 보석이 되어 반짝거릴 것이라고 믿고 싶다.

 

 

밖에 꽃이 있는 줄 알았다

시계 속에 시간이 있는 줄 알았다

희망 속에 희망이 있는 줄 알았다

아, 그때는 그걸 몰랐다

희망은 절망의 희망인 것을.

너를 사랑한다.

                                                     강은교

 

 

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한사코 너의 옆에 붙어서 뜨겁게 우는 것임을...

                                                                  안도현

 

 

대여

모든 게 순간이었다고 말하지 마라

달은 윙크 한 번 하는데 한 달이나 걸린다.

                                                             이정록

 

 

‘사랑 한다’는 말보다 ‘보고 싶다’는 말이 더 가슴을 울린다. ‘사랑 한다’는 말이 너무 많이 떠돌고 있는 세상이다 보니 오히려 그 말이 사랑하는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할 수도 있다. 대신, 문득문득 떠오르는 얼굴, 생활 속에 늘 함께하는 사람에게 ‘어제는 네가 참 많이 보고 싶더라’ 라는 말을 건네자.

‘사랑’이라는 말은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그 사람이 내 인생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자신을 희생할 자세가 되었을 때 조심스럽게 건네야 한다. 그때, 비로소 사랑한다는 말은 촛불처럼 빛난다.

 

 

을은 떠나는 계절이다. 나는 가을이 오면 마음속에 자그마한 빈 주머니 하나 마련해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아무런 이유 없이 햇살이 등을 떠밀었다든가 아니면 바람이 보낸 엽서 한 장만으로 마음이 움직였다고 하면 그만이다.

가을의 일탈은 아무런 이유가 없어도 괜찮은 것이다.

 

 

혼자 남아 내 안을 들여다보는데

마음 밖으로 나간 마음들 돌아오지 않는다

내 안의 또 다른 나였던 마음들

나는 내가 그립다.

                                                         이문재

 

 

랑은 묘한 것이다, 아무리 만나도 조금도 알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그대의 전부를 알았다는 생각이 들 때쯤이면 그대는 나의 생각에서 벗어나 저만큼 가고 있다.

 

 

차는 지나가고 밤꽃은 지고

밤꽃은 지고 꽃자리도 지네

오 오 나보다 더 그리운 것도 가지만

나는 남네 기차는 가네

내 몸 속에 들어온 너의 몸을 추억하거니

그리운 것들은 그리운 것들끼리 몸이 먼저 닮아 있었구나

                                                                              기차는 간다 / 허수경


 

‘견딜 수 없는 사랑은 견디지 마라’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