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어느 편집자와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으려니, 그가 나카노구에서 발견했다는 기묘한 얘기가 나왔다. 그 벽보에는  '하루키 구함' 이라는 글자와 전화 번호만 씌어 있었다고 한다.
"뭡니까, 그게?"
"글쎄, 뭘까요?"
하고, 그도 고개를 갸웃하며 말한다.
"요컨대 하루키를 구하고  있으니까 전화를 해 달라는 뜻이겠는데....잘  모르겠군요."
"개를 찾고 있는 건 아니겠죠?"
"네, 개라면 보통 어떤 품종이라든가 특성을 쓰기 마련이죠. 역시 인간 하루키겠죠."
"그게 특정의 하루키인지, 아니면 불특정한 하루키인지?"
"허, 모르겠군요. 뭐, 어찌 됐든 다음에 또 보게 되면 전화 번호를 메모해 두었다가 가르쳐 드릴테니까, 직접 연락해 보는게  어떻겠습니까? 무슨 좋은 일이 있을지도 모르고."
"아니, 그건 상상도 안되지만 말입니다."
하는 데서 얘기가 끝난 채 그와 만나지 못했고, 전화 번호도 모른다. 따라서 물론, 도대체 나카노구의 누가 어떤 목적으로 '하루키'를 구하고 있는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가장 하기 쉬운 추측으로는 '하루키' 라는 이름을 듣기만 하면 몸의 심지가 사르르 풀려버리는 성욕 과다증 미녀가 나카노구에 있어,  밤이면 밤마다 '하루키' 를 구하여...하는 것이지만, 이름과  성욕이 정말 그럴 수 있을 만큼 강렬하게 연결되는 것인지, 나는 확신이 안 선다.
또 하나의 희망적 추측은  대부호인 노부인이 전쟁에서 죽은 자신의 아들과 동명의 남자에게 막대한 유산을 남기려고 한다는 것인데, 현실 속에야 그런 일이 결코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세계를 제외하면, 부자인 노부인이 그렇게 엉뚱한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것 보다는 오히려 카트 보네거트의 <슬랩스틱>식으로 , 누군가가 '하루키' 확대 가족을 원하고 있는 쪽 가능성이 클 것 같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하루키'가 모여 맥주를 마시기도, 노래를 부르기도,  빙고 게임을 하기도 하면서 친분을 돈독히 하는 셈이다. 그러나 그런 모임이 과연 얼마나 재미있을 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전례없이 재미있든지, 도무지 시시하기 짝이 없든지, 그 어느쪽이겠지.
어쩌면-하고 상상력이  점점 날개를 펴고 부풀어 가고 있는데-이것은 중대한 범죄에 관련된 일인지도 모른다. 나카노구에  사는 어떤 범죄자가  코난 도일의 <빨간 털 동맹>을 읽고 '하루키 동맹'이란 걸 생각해 낸 건지도 모른다. 나카노구에 사는 하루키를 전부 한군데에 끌어 모아 백과 사전을 열심히 베끼게 해 놓고, 그 사이에 터널을 파가지고 은행을 습격할 작정인 것이다. 범죄자 쪽은 그렇다치고, 빌딩의 한 방에 나카노구 내에 사는 '하루키'가 몇 십 명이나 모여서, 모두들 부지런히 백과 사전을 베끼고 있는 정경은 흐뭇하기도 하고,  제법 보기도 좋다. 그런 곳에 아까 쓴 성욕 과다증 미녀가 들어오기라도 한다면, 뒤죽박죽이 될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상상하기 시작하자, 점점 나카노구라는 곳이 무정부적인 장소로 생각되어진다.
그건 그렇다치고 '하루키 구함' 의 진상에 대해 아시는 분이 계시면 <주간 아시히>로 제보해 주십시오. 좋은  일이 있으면-그리고 그것이 만약 분할 가능한 일이라면, 조금은 나누어 드리겠습니다.
'좀 기묘한 얘기' 를 계속한다. 며칠 전 발렌타인 데이의 이튿날 아침에, 센다가야의 하토모리 신사 근처 길 위에, 하트형 대형 초컬릿이 몇 개 질근질근 밟혀져 있었다. 상당히 무참한 광경이었다.
'이런 짓을  하다니 도대체 남자  쪽일까, 아니면 여자  쪽일까?' 하고 마누라가 물었지만, 나도 잘 모르겠다. 남자의 짓이라면 처참하고, 여자의 짓이라면 무섭다... 이건 나의 편견일까?
물론,
(1)여자로부터 초컬릿을 잔뜩  받은 모 일러스트레이터가, 아내에 대한 사랑을 확인 시키기 위해 전부 짓뭉개 버렸다는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2)공양을 위하여  불단에 포개 얹어 놓은  떡을 가르듯, 의식으로서의 초컬릿 가르기가 정착했다는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여자가 남자에게 초컬릿을 보내고, 그 행위로 인해 사랑이 성취되면, 그 날 밤이 다 지나가기 전에 신사 근처에서 둘이  초컬릿을 짓밟아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는 '후 발렌타인'으로서 8월14일에 남자가 여자에게 수박을 선물한다든가 말이죠. 그런 여러가지 부속 행사가 있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혹은,
(3)초컬릿을 애인에게 선물해 주려고 길을 걸어가고 있던 여성이 앞뒤에서 사자와 표범의 습격을 받았다는 가설도 성립될 수 있다.
(4)초컬릿이라고 생각하고 씹어 보니까 하트 모양 고형 카레였을지도 모른다.
그건 그렇고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눈깜짝할 사이에 하루가 지나가 버린다.
'하루키 구함'의 진상은 여전히 수수께끼입니다.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