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요."
새벽 두 시에 그녀가 말했다.
여자라는 사람은 정말로 적격이 아닌 시간에, 적격이 아닌 것만을 생각했다. 특별히 그런 이유가 아니라 해도 나는 장개석과 국민당정부가 걸어가야 하는 운명에 대해 생각하며 셔츠를 갈아입고는 큰길로 나와서 택시를 잡아탔다.
"어디든 좋으니까 블루베리 아이스크림을 살 수 있는 곳으로 가주십시요."
나는 운전사에게 말했다. 그 다음은 눈을 감은 채 하품을 해댔다.
십오분쯤 지나 택시는 잘 모르는 거리의, 잘 모르는 빌딩 앞에 멈췄다. 무척 낡은 3층짜리 건물이었다. 현관만이 묘하게 컸다. 옥상에는 잘 알 수 없는 기 가 일곱 개 꽂혀있었다.
"정말 여기가 아이스크림 파는 곳입니까?" 운전사에게 물었다.
"그래서 여기까지 온 것 아닙니까." 운전사는 말했다.
드라마 터치적인 전통에 따르면 정말 멋진 대답이었다. 나는 돈을 지불하고 택시에서 내렸다. 그리고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빌딩 수납처에는 스무 살 쯤 되어보이는 젊은 여자가 앉아 있었다. 그녀는 실제로 꼼짝도 안하면서 정말로 바뻐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블루베리 아이스크림을 - ."
그녀는 하필 공교롭게 이런 때라는 불유쾌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정말로 멋진 파스텔 색조의 종이쪽지를 나에게 불쑥 내밀었다.
"여기에다 주소와 이름을 쓰시고 3번 문으로 가보세요."
나는 연필을 빌려서 종이쪽지에다 주소와 이름을 썼다. 그리고 터널처럼 생긴 계단을 올라가 3번 문을 열었다. 방의 한 가운데는 탁구대 크기의 테이블이 있었고 거기에 젊은 남자가 앉아 있었다. 오른쪽 손과 왼쪽 손에 서류를 한 장씩 들고는 서로 비교해보고 있었다.
"블루베리 아이스크림 - ." 말하고 종이쪽지를 내밀자, 남자는 내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고 종이에다 고무도장을 푹 찍어주었다.
"6번 문으로 - ."
6번 문에 도착하기까지는 깊은 냇가를 건너야만 했다. 서치라이트 불빛이 냇물 위를 비추고 있었고 가끔 총소리가 멀리서 들려 왔다.
6번과 8번 문 사이에는 낡은 교회를 이용한 야전병원이 있었다. 다리인지 손인지를 여기저기 붕대로 감은 많은 수의 군인들이 잔디밭에서 뒹굴고 있었다. 야전 병원 식당에는 세 드럼통 분량의 럼레이즌 아이스크림이 있었다. 그러나 블루베리 아이스크림은 없었다.
"블루베리는 14번."
요리사가 말했다.
14번 문은 야간 포격으로 완전히 파괴되어 문짝만 흔적으로 남아 있었다. 문짝에는 메모 용지가 핀으로 붙어 있었다.
"용무 있는 사람은 17번으로."
17번 문앞에는 낙타의 대군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있었다. 밤의 어둠 속은 낙타의 비명소리와 소변 냄새로 가득했다. 나는 생각을 겨우 가다듬어 우호적인 낙타 한 마리를 찾아내 17번 문을 열었다.
17번 문을 열자 그 안에는 멋진 옷을 입은 두 명의 중년남자와 굉장히 큰 개미핥기가 벌써부터 오래전부터 서로 뒤엉켜 싸우고 있었다. 그들은 몸뚱이 여기 저기에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다. 그들도 역시 블루베리 아이스크림을 노리고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었다.
저주받을 블루베리 아이스크림.
그러나 나는 결코 감상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두 명의 중년남자와 그 커다란 개미핥기를 마치 엘러리 퀸의 'Y의 비극'에서 처럼 만도린 등판으로 그들을 차례대로 때려 죽였다. 그리고 냉동 금고를 열어 블루베리 아이스크림을 꺼냈다.
"드라이 아이스는 어느 정도로 넣어드릴까요."
매장의 여자가 물었다.
"삼십 분."
나는 냉정히 대답했다.
아이스크림을 가지고 집에 도착한 것은 새벽 다섯시였다. 그녀는 이미 곯아 떨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