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알파벳 순으로 열한번째의 문자.
용례 :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자 K는 현관 매트로 변신해 있었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자 K는 현관 매트로 변신해 있었다.
"형편없군." K는 생각했다.
"고르고 고른 게 겨우 현관 매트야!"
현관매트로 변신한 K를 맨처음 발견한 사람은 구청에 근무하고 있던 친구였다.
"이봐, 농담은 그만둬-." 그는 말했다.
"망년회 농담 연습인가, 뭔가."
"아니야, 정말로 변신했어." K는 말했다.
"으-음.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런데 변신 신고서는 제출했나?"
"변신 신고서?"
"소득세 세율이 틀리기 때문이야. 현관 매트로 변신한 경우에는 소득 공제액이 십 퍼센트 정도 낮아지게 되어 있어."
"설마-." K는 말했다.
"아니야, 정말이야. 다리미 받침으로 변신한 경우는 유감스럽지만 삼 퍼센트 정도 밖에 안 돼."
그 다음으로 K를 발견한 것은 문학 평론을 하는 친구였다.
"이건 얼핏 보아, 현관 매트 같지 않은가-." 그는 말했다.
"현관 매트야, 맞아." K는 말했다.
"증명해 보일 수 있겠는가?"
"한 번 발을 비벼보게."
친구는 발을 비벼보았다. 그리고는 정말로 K가 현관 매트로 변신한 것을 알게 됐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현관 매트가 됐나?"
"내 탓이 아니야-."
"내 탓이 아니라고?" 그는 중얼거렸다.
"그런 독백은 카프카적이 아니고 오히려 카뮈적이군."
그 다음에 찾아온 사람은 출판사에서 근무하고 있던 여자친구였다. 그녀는 현관 매트로 변신한 K에게 발이 걸려, 하마터면 우편함에 머리를 부딪칠 뻔했다.
"어머, 죄송합니다. 계속 철야로 원고 정리를 하고, 게다가 급히 목차까지 갈아 끼우는 통에 정신이 없어서 - 그래서- 그건 그렇고- 어떻게 해서 현관 매트 따위로 변신해버렸어요?"
"현실 도피입니다." K는 말했다.
"불쌍해요." 그녀가 말했다.
"무언가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도 있다면? 키스라도 해드리면 혹시 사람으로 다시 돌아옵니까?"
"그같은 발상은 이미 19세기에 끝났소." K가 말했다.
"아무튼 여자 기숙사 현관에라도 갔다 놔줘요. 그렇게라도 된다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건 아주 쉬운 일이에요. 그렇게 해드릴게요. 그런데-. 저 카세트 테이프 리코더, 이제 필요 없겠군요. 그거 내가 쓰면 안 돼요?"
"좋습니다."
"보즈 그리고 폴 데이비스의 레코드도 필요 없을 테지요."
"그렇소."
"자동차도 빌려 주시면 안 됩니까?"
"수시로 오일 교환을 해줘야 해요. 그러고 나서 클러치 수리도 받아야 해요. 이상한 소리가 나고 있어요."
"그래요-."
K는 여자 기숙사 현관에 놓여지게 되었다. 이제는 구청의 친구도, 문학 비평가도, 출판사 여직원도 아무도 채근대지 않는 가운데 언제나 행복하게 살았다. 현관 매트라는 것도 잘 생각해보면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