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깨어나 보니 멋있는 날씨였다. 나는 바다로 나가 아침 햇살을 받으며 한차례 헤엄을 치고 아침 식사를 하고는, 소화를 돕기 위해 빙산 주위를 헤엄치고 전갱이와 다시마를 한아름 채취했다. 갈매기가 날아와 맛있어 보이는 전갱이로군요. 하고 갖고 싶은 듯한 얼굴로 말을 걸었지만, 나는 웃음으로 얼버무려 버렸다. 한 마리의 갈매기에게 전갱이를 주면, 나중에는 온 세계의 갈매기들이 나의 전갱이를 갖고 싶어하게 된다. 미안하지만 나는 한 마리의 평범한 강치지, 하느님이나 존 레논도 아니라고 설명하자, 갈매기는 체념하고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이럭저럭 점심 때가 되었기 때문에, 나는 집으로 돌아가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나니 졸음이 와서 바다에 떠올라 낮잠을 자기로 했다. 해안까지 나가니 아까 만난 갈매기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신문지에 싼 전갱이 한 마리를 가방에서 꺼내어 그에게 건네주었다.
"아, 아저씨, 미안해요, 아저씨는 틀림없이 좋은 사람(?)일 거라는 걸, 처음 보았을 때부터 알았어요." 하고 갈매기는 몹시 좋아하며 말했다.
바다에 벌렁 드러누워 떠 있으면, 따뜻해 무척 기분이 좋았다. 내 주위에는 모두 스무 마리 정도의 강치들이 드러누워 낮잠을 자고 있었다. 언젠가 잠을 자면서 누군가가 하늘을 향해 소변을 세차게 뿜어댔는데, 그것이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모양이 무척 아름다웠다.
잠에서 깨어 보니 저녁 때가 다 되어, 나는 서둘러 헤엄쳐서 집으로 돌아와 맥주를 마시면서 오징어 햄버거를 먹었다.
아내가 식탁 앞에 앉아서 아들을 향해 "얘, 아빠한테 보여 드릴 게 있지." 하고 말했다.
"네." 하고 말하고, 아들은 나에게 성적표를 내밀었다. 나는 성적표를 보았다. `헤엄치기`와 `낮잠`이 5점이고, `작문`과 `요리`가 4점, `마작`과 `산수`가 3점이었다. 어쩐지 나의 어린 시절의 성적과 비슷한 것 같았다.
"그래, 계속 노력해라.....(우물우물)....." 하고 나는 말했다.
저녁 식사가 끝났을 때에,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월간 <강치 문예>의 나카야마로부터 마작을 하지 않겠느냐는 전화가 걸려와서 나갔다. 반장을 네 번 하고 선물 값을 벌어 귀가하니 이미 열두 시였고, 아내와 아들은 깊이 잠들어 있었다. 나는 나무상자에 담겨진 초밥을 냉장고에 집어 넣고, 맥주를 한 병 마시고, 아내의 귀밑머리를 두 세번 만져 보고는 잠을 잤다.
이튿날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보니 멋있는 날씨였다. 나는 바다에서 한차례 헤엄을 치고 나서 아침 식사를 하고, 소화를 돕기 위해 빙산 주위에서 전갱이와 다시마를 채취했다. 그러다 보니 점심때가 되어 집으로 돌아가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나니 졸음이 밀려와 바다에 떠올라 낮잠을 잤는데, 갈매기의 웃음 소리 때문에 세 시에 잠에서 깨어나 버렸다. 수백 마리의 갈매기들이 내 모습을 찾으려고 하늘을 빙글빙글 날아다니고 있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잠수를 하여 집으로 돌아와서, 응접실의 소파에서 못다 잔 낮잠을 잤다. 갈매기도 평소에는 결코 나쁜 동물이 아니지만, 전갱이 문제와 관련이 되면 태도가 싹 변해 버린다. 곤란한 일이다.
저녁 식사가 끝났을 때에, 월간<강치문예>의 나카야마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지금 원고를 받으러 가도 됩니까?" 하고 나카야마가 말했다.
"원고라니, 무슨 원고요?" 하고 나는 물었다.
"아, 곤란한데요. 3개월 전에 부탁한 <전국 강치 미녀 누드 콩쿠르>의 선평 말예요. 어제 분명히 다짐을 하지 않았습니까?"
"아, 그래요. 그러고 보니 아침부터 뭔가 해야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긴 했어요." 하고 나는 말했다.
"그럼 아홉 시에 찾아갈 테니 잘 부탁합니다."
월간<강치문예>는 이름은 근사하지만, 사실은 월간지도 아니고 문예지도 아니다. 이야기에 의하면 창간되었을 때는 '강치 르네상스' 라는 고매한 이상을 내건 꽤 근사한 잡지였던 모양인데, 오랜 세월 동안에 숙명적인 강치의 성격에 질질 끌려가다 보니. 어느 틈엔지 기분이 내킬 때에만 발간하는, 동료들의 마작과 술마시는 이야기가 실리는 잡지가 되어 버렸다.
이따금 나카야마가 "이래선 안 되겠어요" 하고 말하면 모두들 그때는 맞장구를 치지만, 결국 술 마실 때의 이야기므로 아침이 되면 모두들 잊어버린다. 그렇게 되어 버린 건, 어쨌든 그렇게 되어 버린 일이고 이 이외의 결과는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므로, 이것저것 생각해 봐도 소용없다. 나카야마도 지금은 젊으니까 긴장하며 분발하고 있지만, 2-3년이 지나면 온전한 어른 강치가 되어, 수영과 낮잠과 마작을 즐기며 나날을 보내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강치며, 결국 모든 강치는 스스로의 '강치의 성격' 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선평을 쓰기 위해 누드 사진 몇 장을 가지고 바다로 나가서, 바다 표면에 드러누워 달빛 속에서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다가 그만 졸음이 와서 잠들어 버렸다.
꿈속에서 나는 테이블 다리가 되어 있었다. 그것은 네 개의 다리가 달린 떡갈나무로 만든 테이블로, 위에는 꽃병이 놓여 있었다. 테이블은 어찌 된 셈인지, 아오야마 학원 대학의 정문 앞에 놓여 있었다. 아오야마 거리의 건너편에는 특설 무대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 곳에서는 토니 베네트가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부르고 있었다.
꿈속에 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하얀 눈빛.....
이렇다 할 이유도 없이 나는 토니 베네트가 테이블 다리인 나를 향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부르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나는 찌르레기 모양을 한 저금통으로 변했다, 찌르레기 저금통으로 있을 때는, 재미있는 일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몇 시간이나 나는 계속 찌르레기 저금통인 채로 있었으며, 만일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도 찌르레기 저금통인 채로 있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잠에서 깨어 보니 아홉 시였다. 강치로 되돌아온 나는 사진을 입에 물고, 헤엄쳐서 집으로 돌아왔다. 나카야마는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카야마는 호세이 대학 사회학부를 갓 나온 인텔리 강치로서, 브룩스 브러더즈 정장을 세 벌이나 갖고 있다. 그러나 마작은 서투르다.
"원고 되어 있겠죠?" 하고 나카야마는 걱정스러운 듯이 나에게 물었다.
아내가 나와서, 나와 나카야마에게 커피를 내놓았다.
"나카야마 씨도 이제 결혼해야죠. 아니면 이미 누군가 좋은 분이 있는 거 아닌가요?" 하고 아내가 웃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그런 거 없어요, 하하하" 하고 나카야마는 말했다.
그 동안에 나는 술술 원고를 썼다.
"다음 상위에 랭크된 강치 미녀들에 대해 짧게 평을 하자면 심사 번호 141번은 훗카이도 출신으로 균형이 잡히고, 몸이 탄탄하며, 털의 밀도나 균일성도 다 좋고, 곱슬곱슬한 게 선명하고 탄력적이지만, 약간 품위가 결핍되어 있는 게 아쉽습니다. 제 118번은 야마가카 현 출신으로, 체형은 완벽하고, 매우 탄탄한 넓적 다리로부터 둔부와 엉덩이, 등허리 쪽으로 근사한 유선형을 이루며, 넓적하고 단단한 어깨에 이르는 부분, 그리고 등허리의 피하 지방 위로 나타나는 분홍빛은 탐이 나서 침이 흐를 정도입니다. 둘 다 유방 및 성기 등에는 특별히 지적할 만한 결점은 없었습니다. 193호는....."
이러한 문장을 쓰다 보면 나 스스로도 흥분해 버린다. 그렇게 흥분하는 것을 아내나 나카야마가 알아채지 못하도록 나는 일부러 못마땅한 얼굴을 하고 원고지 석 장 분량의 강평을 다 적은 다음, 그것을 나카야마에게 건네 주었다.
"야, 언제나 그렇지만 훌륭해요. 정말 주옥 같은 글이군요." 하고 나카야마가 말했다.
"아니, 아니예요" 하고 나는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월간<젊은 강치>의 도즈카를 불러내, 함께 바다에 떠서 즐겁게 술을 마셨다. 별빛이 아주 아름다운 밤이었다. 내일도 틀림없이 날씨가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