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탱 모네스티에라는 프랑스인 저널리스트가 쓴 [자살전서]는 아주 흥미로운 책이다. 여기에는 동서고금의 자살에 대해서 막대한 양의 사실이 한권으로 집약되어 있다. 나는 읽으면서 감탄하기도 하고, 한숨을 쉬기도 하고, 깊은 생각에 빠지기도 하는데, 그 중 제1장에서 각종 동물들의 자살을 다루고 있다. 그렇다. 인간뿐만이 아니라 동물들도 자살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로마의 프랑스인 학교 교장이 키우던 숫고양이는 프랑스 대사가 기르던 암고양이에게 사랑을 호소 했지만, 단호히 거절 당하자 팔네제 관의 발코니에서 몸을 던졌다. 세상을 비관 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장을 보았던 사랑의 이야기로는 '아무리 봐도 자살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 상상에 지나지 않지만, 프랑스 대사가 키우던 암고양이 카트린(가명)은 분명히 대단한 미인이었을 것이고 자존심도 아주 강했을 것이다. 프라다 목걸이밖에 하지 않았을 것이며, 그래서 이웃 숫고양이 타마(가명)는 큰 마음먹고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 했지만 '뭐? 네가 감히 나를 사랑한다고? 너 바보 아냐. 네 주제를 좀 알아야지, 네주제를. 백만 년이 지나도 너 따위와 함께 살 일은 없을 거야 흥.' 하고 카트린이 차갑게 거절하자, 실망해서 돌아왔겠지. 인간 세계에서는 흔히 있는 이야기다.
그런가 하면 바다에 투신 자살한 고양이도 있다. 어떤 어부가 기르던 숫고양이는 나이도 먹었고 다리를 다친 적도 있어서 그런지 점점 완고한 성격으로 변해 갔다. 어느 날, 수고양이는 낳은지 얼마 안 되는 고양이를 자신의 주인인 어부에게 '이 아이를 잘 부탁합니다..' 하는 식으로 맡기더니 갑자기 바닷쪽으로 달려가서 그대로 파도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고양이를 -'약간 기모한 성격의 고양이였지만' 하고 저자는 쓰고 있다.- 깊이 사랑했던 어부는 놀라서 자신도 뒤를 좇아 바다에 들어가서 죽을 힘을 다해 구출했다. 그리고는 고양이의 몸을 닦고 빛이 따뜻한 곳에 눕혀 재웠다. 그러나 고양이는 어부가 잠깐 옆을 떠난 사이에 다시 같은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하여 두번째는 그 목적을 달성했다고 한다. 어지간히 결심이 단단했던 모양이다.
이 고양이들이 정말로 명확하게, '그래 자살해 버리자'하고 결심하고 의식적으로 죽음을 선택한 것인지 아닌지, 한마디로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 고양이들이 그 시점에서 어느 정도 '살아 갈 의욕을 상실했다'는 것은 틀림없을 것 같다. 나는 역시 고양이의 인생에도 여러 가지 힘든 일들이 있을 것이고, '아, 사는 것도 귀찮아. 이제 이런 식으로 아둥바둥 살고 싶지 않아.'하는 정도는 막연하지만 생각하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그 결과 자포자기가 되어 앞뒤 생각 없이 난간을 넘어 버리는 일 역시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댁의 고양이에게도 주의를 기울여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