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선셋

시큰한살비듬 2008. 3. 22. 22:27

 


Before Sunset, 2004
 


 


 
그날 아침으로부터 9년이 흘렀다. 어느덧 베스트셀러 소설가가 된 제시는 출판 홍보 여행 중, 파리의 한 서점에서 우연히 셀린느를 만나게 된다. 이제 셀린느는 파리에서, 제시는 뉴욕에서 살고 있다. 그날 저녁을 함께 보내면서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 속에 아직도 9년전 못지않은 깊은 교감이 살아있음을 발견한다. 파리에서의 짧은 시간동안 두 사람은 서로의 내면을 끊임없이 탐구하며 사랑을 재발견해 나간다






난 이런 생각을 했었어
나에게 더 이상 로맨틱한건 필요 없다고
결국에는 괴로움만 남거든
아직 꿈들은 많이 있지만 그게 사랑이라는 관계는 아닌 것 같아
그렇다고 슬프거나 하진 않아 그것도 하나의 방법일 뿐이니까

그게 네 곁에 있을 수 없는 사람하고 결혼한 이유야?

그래, 하루하루 계속되는 결혼생활이라면 못 견뎠을 거야
그냥 우리들은 만나서 즐기다가
그는 떠나고 난 그를 놓아주는 거야
하지만 그 사람이 내안에서 사라지진 않아
누군가가 항상 내 곁에 있다면 난 질식해버릴 거야

잠깐만, 아까는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댔잖아?

그래, 하지만 그렇게 되면 금방 메스꺼워질 거야
그건 참사라고 난 내 자신이 내 것일 때 진정 행복하다고 생각하는걸
더더욱 혼자가 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 옆에 앉아서 외로움을 느끼는 것보단 그게 훨씬 나아
내게 로맨스를 바라는 건 어려운 일이야
네가 기대하는 게 그런 거고 만약 조금이라도 흔들린다면
그런 망상은 빨리 잊어버리고 네 생활로 되돌아가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난 흔들려본 적이 없고 지금까지 안 좋은 관계들을 많이 만들었었어
그러니까 나 같은 건 신경도 안 쓰면서 그냥 단지 만나서 즐기려는..
적어도 내편은 아니었지

세상에, 미안해 그 정도로 안 좋았어? 그런 건 아니지?

너도 알다시피 난 그때까지만 해도 괜찮았어
네 빌어먹을 책을 읽기 전까진 말이야
그걸 읽으니까 네가 역겹게 느껴지더라
내가 예전에 얼마나 로맨틱했으며
거기에 얼마나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는지가 떠올랐거든
지금은 사랑 같은 건 더 이상 믿지 않아
사람에게 그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아
그러니까 그날 밤에 나의 로맨티시즘 모두를 쏟아 부었던 거고
그 이후로 그런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었어
마치..그런 것들을 그날 밤에 모두 다 네게 줘버리고 네가 그걸 가져간 것처럼
그게 날 이렇게 차갑게 만든 거야 사랑 같은 건 더 이상 못 느끼도록

난.. 난 도저히 못 믿겠어 믿을 수가 없어
그거 알아?
현실과 사랑이라는 건 내게 모순된 존재라는 거
재밌지?
나랑 사귀었던 남자들 모두가 이제는 결혼했어 나랑 데이트했던 남자들이
헤어지고 나서 바로 결혼해버렸다고, 그리고 내게 전화해선 사랑하는 방법을 가르쳐줘서 고맙대
여자들을 존중하고 아끼는 방법을 가르쳐준 거 말야

나도 그들 중 한명이겠구나

그거 알아? 그놈들 모두 죽여 버리고 싶다는 거
왜 그들이 나한테는 결혼하자는 말을 안했을까?
물론 난 싫다고 거절하겠지만 적어도 물어는 봤어야할 거 아냐
물론 그건 내 잘못이야 왜냐하면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된 남자랑 사랑에 빠져 본적이 없으니까
한번도 제대로 된 남자란 건 어떤 의미지? 인생의 사랑?
그런 건 말도 안 되는 거야
만나서 완벽하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이란 건 악마뿐일 테니까

 



"제시! 너 이러다 비행기 놓치겠다"
 "나도 알아"  



 Julie Delpy - A waltz for a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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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의 만남후 9년 뒤 재회한 두 사람.. 그동안 세월의 흐름과 함께 더욱 깊어진 인생과 사랑에 대한 두 사람의 감성을  파리 강변과 시내를 거닐며 나누는 대화.. 전편보단 다가갈수 있는 대화들이 더 공감되었다..  셀린느의 방에서 음악에 흥얼거리며 끝이난다.. 과연 제시는 비행기를 탔을까? 파리의 주변과 셀린느의 방이 인상에 남았다

 

 
Brown Eyed Soul,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