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루키의우물 2008. 3. 28. 12:17



5월 12일, 하라주쿠에 있는 라포레 빌딩내의 시세도다실에서 인터뷰 약속이 있었다. 젊은 여성 인터뷰어는 나보다 삼십 분이나 지각했다.

"자, 오늘은 무라카미 씨가 어떤 음식을 매일 드시고 계신지 알고 싶어서 그러는데요, 그럼 아침식사부터 말씀해주세요."
"우선 아침은-"
"어머, 죄송합니다. 테이프 볼륨을 켜놓지 않았군요. 아, 예, 됐습니다. 이제 시작해 볼까요. 정말 미안합니다."
"우선- 아침은 야채를-"
"아,그렇습니까. 아침에는 대개 몇 시에 일어납니까?"
"다섯 시에 일어납니다. 그리고-"
"다섯시? 아침 다섯 시 말이에요?"
"헌데, 지금 아침 기상시간에 대해 말하고 있었어요?"
"그렇다면 그건 그렇다 치고, 그러면 아침 다섯시에 일어나 뭘 합니까?"
"달려요. 특별히 속옷 도둑질하려고 그러는 것도 아닌데."
"하하하! 자-, 그럼 밤에는 몇 시에 잡니까?"
"아홉시나 열시, 그럼 식사 이야기를 하죠. 좋은 일은 아니나 어쩔 수가 없어 사람을 기다리게 해놓고 있어요. 그래 시간이 없습니다."
"아,그렇습니까. 매우 미안하게 됐군요."
"아침식사는 조깅이 끝난 뒤에, 한- 여섯 시경에 먹습니다.
신선한 야채 한 그릇과 롤빵 한 개 그리고 커피 두 잔에 달걀프라이."
"건강에 좋은 식사법이군요."
"이곳에선 야채가 싸기 때문이죠."
(이때 커피가 덜그럭덜그럭 달려오고 있었다.)
"그럭저럭 해서 점심식사 시간이 되었겠군요."
"그렇죠."
"점심에는 뭘 드십니까?"
"점심에는 대개, 어-, 이 테이프 돌아가지 않는군요."
"아-,아-, 정말이네. 이걸 어쩌나?"
나는 테이프를 이리저리 살펴봤다.
"스위치가 꺼져 있어요. 보세요. 여기가 'OFF'로 되어 있습니다."
"아하-, 스위치를 넣어놓으려 했는데."
"미안하게 됐습니다. 한 번 더 얘기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예, 좋습니다. 잘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아침 다섯시에 일어나 조깅,야채 한 그릇에 샐러드, 롤빵 한 개와 햄에그죠."
"달걀 프라이-"
"아- 참, 달걀 프라이."
"그리고 커피 두 잔."
"커피 두 잔."
"기억 나요?"
"물론, 나는 기억력이 매우 좋아요."

기사는 이렇게 났다.
무라카미 씨의 아침은 빠르다.
일어나는 시간은 아침 다섯시, 그리고 조깅-. '야- 이건 속옷 도둑놈 비슷한데,하하하' 라며 본인은 멋쩍어한다.
메뉴로는 샐러드와 햄에그 그리고 물론 캔 맥주 두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