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즈의 <데이 트리퍼>,
그 곡을 듣고 있으면,
열차의 시트에 걸터앉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가 서른둘이고,  그녀는 열여덟이고... 이렇게  하면 아무래도 지루한 표현이 될 수밖에 없다.
나는 아직 서른둘이고, 그녀는 벌써 열여덟... 좋아, 이거다.
우리는 그저 그런 친구 사이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나에겐 아내가 있고, 그녀에겐 남자 친구가 여섯이나 있다.
그녀는 주말마다 여섯 명의  남자 친구와 데이트를 하고, 한 달에  한 번씩 일요일에 나하고 데이트를 한다. 그 이외의 일요일에는 텔레비전을 본다.  텔레비전을 볼 때의 그녀는 해마(海馬)처럼 귀엽다.
그녀는 1936년에  태어났는데, 그해에는 케네디 대통령이 총에 맞아 죽었다. 그리고 그해에, 나는 처음으로 여자아이에게 데이트를 신청했다. 유행하던 곡은 클리프 리처드의 <서머 홀리데이>였던가?
뭐, 그런 거는 아무러면 어때.
아무튼 그해에 그녀는 탄생했다.
그해에 탄생한 여자아이와 데이트를 하게 되다니, 그 즈음에는 물론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도 어쩐지 이상한 느낌이 든다. 달위 뒤쪽에 가서, 바위에 기대어 담배라도 피우고 있는 그런 기분이 든다.
"나이 어린 여자아이는 따분하기만 하지"라는 게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생각하는 것도 맞지 않고, 반응도 평범하기 짝이 없지 뭐야"하고 그들은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치들만 해도  곧잘 어린 여자아이와 데이트를 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요행히도 따분하지 않은 어린 여자아이를 찾아냈단 말일까? 아니지, 그런 게 아니다.
말하자면 그녀들의 따분함이 그들을 끌어당기는 것이다. 그들은 따분함의 물을 양동이 하나  가득 머리로부터 뒤집어쓰면서도, 상대방  여자아이에게는 물방울 하나 뿌리지 않는다는 꽤 까다로운 게임을 아주 순수하게 즐기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게 여겨진다.
사실, 어린 여자아이들의 열 명 중 아홉 명은 따분한 '물건'들이다. 그러나 물론 그녀들 자신은 그런  점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녀들은 젊고 아름답고, 그리고 호기심에 차  있다. 따분함이란 자신들과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그녀들은 생각하고 있다.
아이고 참.
하지만 내가 뭐 어린 여자아이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도 아니며, 또 싫어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나는 그녀들을 좋아한다. 그녀들은 나에게, 내가 따분한 청년이었던 시절의 일을 회상하게 해준다.
이건 뭐라고 할까, 아주 근사한 일인 것이다. 우리들도 그 옛날엔 어쩔 수 없이, 아름다울 만큼 평범하고, 따분했던 것이다.
"어때요, 다시 한 번 열여덟 살로 되돌아가고 싶어요?" 하고 그녀가 나에게 물었다.
"아니" 하고 나는 대답했다.
"되돌아가고 싶지 않군.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 하더라도, 다시 한 번 열여덟 살이 되고 싶진 않아."
그녀는 내 대답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되돌아가고 싶지 않다구요...정말?"
"물론."
"어째서요?"
"지금 이대로가 좋으니까."
그녀는 테이블에 턱을 고이고  생각에 잠기면서 커피잔 속에서 스푼을 딸깍딸깍 저었다.
"그 말은 어쩐지 믿기지 않는걸요."
"믿는 게 좋아."
"하지만 젊다는 건 근사하잖아요."
"그렇긴 해."
"그런데 어째서 지금 쪽이 좋죠?"
"한 번으로 충분하거든."
"난 아직 충분치 않은걸요."
"넌 아직 열여덟 살이니까."
"흐응" 하고 그녀는 말한다.
그리고, 넌 벌써 열여덟 살인걸, 하고 나는 나 자신을 향해 살며시 덧붙여 말한다.
나는 종업원을 불러 두 번째의 맥주를 부탁했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고, 창으로는 요코하마 항구가 보였다.
"있잖아요, 열여덟 살 무렵엔 무얼 생각했었어요?"
"여자아이하고 자는 것."
"그 밖엔?"
"그것뿐이야."
그녀는 킬킬 웃고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래, 잘됐어요?"
"잘된 적도 있고,  잘되지 않은 적도 있어.   물론 잘되지 않은 쪽이 많았지만 말야."
"몇 명 정도의 여자아이하고 잤어요?"
"세어 보지 않았어."
"정말?"
"세고 싶지 않았거든."
"내가 남자였다면 반드시 세어 봤을 거야.  재미있잖아요?"
다시 한 번 열여덟 살로 되돌아간다는 것도 나쁘진 않겠군, 그렇게 생각되는 때도 있긴 하다. 그러나 열여덟 살로 되돌아간다면 먼저  무엇부터 할까? 생각해 보니 나로선 이제 무엇 한 가지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혹시 내가 다시 한 번 열여덟 살이 된다면 어쩌면 서른두 살의 매력적인 여성과 데이트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거라면 그리 나쁠 건 없다.
"다시 한 번 열여덟 살로 되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까?" 하고 나는 그녀에게 물을 것이다.
"그건..." 하고 그녀는 생그레 웃으며 잠시 생각하는 척하고는 "없어요. 아마도" 하고 말할 것이다.
"정말로?"
"예."
"이상하네요.  젊다는 건 근사한 일이라고 모두들 말하잖아요."
"그렇죠, 근사한 일이죠."
"그런데 왜 되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건가요?"
"당신도 나이를 먹으면 알게 될 거예요."
하지만 역시 나는 서른두 살이고, 1주일 동안만 운동을 거르면  배가 나오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젠 열여덟 살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이건 당연한 일이 아닌가 말이다. 
아침에 조깅을 마치고 나면  야채 쥬스를 한잔 마시고, 의자에 벌렁 드러누워, 비틀즈의 <데이 트리퍼(day tripper, 여행자)>를 튼다.
<데-이-트리퍼>.
그 곡을 듣고 있으면, 열차의 시트에 걸터앉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전신주랑 역이랑 터널이랑 철교랑 소랑 말이랑 굴뚝이랑 온갖 것들이 빠르게 뒤쪽으로 지나가 버린다. 어디까지 달려도 별다른 경치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옛날엔 무척이나 근사한 경치처럼 여겨졌었는데도 말이야.
옆자리에 앉는 상대방만이 가끔씩 바뀐다. 그때 내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은 열여덟 살의 여자아이다. 나는 창가에, 그녀는 통로 쪽에 앉아 있다.
"자리를 바꿔 줄까." 하고 내가 묻는다.
"고마워요.  친절하시네요" 하고 그녀가 말한다.
친절한 게 아니란다, 하고 나는 쓴웃음을 짓는다. 너보다는 훨씬 따분함에 익숙해져 있을 뿐이란다. 그저 그뿐이란다.
 
전신주 세기에도 지쳤다.
서른두 살의
데이 트리퍼.

이것은 실패작 하이쿠(俳句:일본 전통의 짧은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