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년 동안 한 시도 쉴 새 없이 사용하던 워크 맨이 요즘들어 상태가 안 좋아져 큰 마음 먹고 새 것을 사기로 결심했다.
한마디로 사 년간이라지만, 내 경우 매일 아침 달리기를 할 때도 서포터로 팔에다 꽉 동여매고 달릴 정도니까 그 소모도는 보통 사람들의 배 이상일 것이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워크 맨'이라기 보다 '런닝 맨'인 셈이지만, 암만 그래도 사 년 동안 한마디 불평없이 땀에 젖어, 비를 맞고 흔들리며, 어떤 때는 콘크리트 길 위로 곤두박질을 해 가면서도 열심히 뛰어주었다.
기계를 전문으로 하는 절이 있다면 워크 맨을 모셔 두고 공양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다.
'무라카미 주행 음악 동사(童士).' 라고 계명(戒命)이라도 하고 말이다.
오디오 가게에서 사 온 두 번째 워크 맨은 첫 번째에 비해 훨씬 작고, 무게도 반에 가깝고, 오토리버스 장치까지 붙어 있는데다 충전도 할 수 있다. 값만 해도 첫 번째 것보다 엄청 싸다.
한 기계가 사 년 사이에 이렇게까지 진보할 수 있을까, 하는 감개무량함─이라고 하기는 좀 과장스럽지만─정말 감탄스럽다.
적어도 인간(가령 나)이 진보하는 스피드에 비하면, 그 진보의 신속함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탄할 뿐이다.
하지만 그 속도에 경탄함과 동시에 '워크 맨'이 과연 거기까지 진보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도 생겨난다.
그야 물론 하나의 기계가 싸지고 경량화 되고 편리해진다는 자체에는 전혀 반론을 펼 마음이 없다. 그래도 은퇴한 초대 워크 맨을 물끄러미 보고 있으려면
'딱히 이대로 진보 따위 안하더라도 그다지 불편할 일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 것이다.
그러나 한번 그런 식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진보의 구십 오 퍼센트가 그다지 불필요한 게 아닌가, 하고 생각되니까, 이런 사고 방식은 올바르지 못한 것일 게다.
좌우지간 뭐가 어찌 됐든 소니 워크 맨 WMⅡ여, 편안히 잠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