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성행위, 성교, 교합, 그외 뭐라고 해도 좋지만, 그런 말이나 행위, 현상에서 내가 상상하는 것은 언제나 겨울 박물관이다.
겨울의 박물관......
물론 섹스에서 겨울 박물관에 이르기까지에는 약간의 거리가 있다. 몇 번인가 지하철을 갈아타고, 빌딩의 지하도를 빠져나가거나, 어딘가에서 계절을 지나보내거나, 뭐 그런 수고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그런 귀찮음은 처음 시작할 때 몇 번뿐이고, 그런 의식의 회로에 한 번 익숙해지면 누구라도 '앗' 하는 순간에 겨울 박물관에 다다른다. 거짓말이 아니고, 정말 그렇다.
섹스가 거리의 화제가 되고, 교접의 물결이 어둠을 채울 때 나는 언제나 겨울 박물관의 현관에 서 있다. 나는 모자를 걸고, 코트를 걸고, 장갑을 책상 구석에 겹쳐놓고, 그리고 목도리를 두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내고, 그것을 코트위에 걸쳐 둔다.
겨울 박물관은 결코 큰 박물관이 아니다. 전시물도 분류도 경영의 요령도,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것이 개인 차원이다. 무엇보다도 여기에는 일관된 개념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집트 개신의 조각도 있고, 나폴레옹 3세가 사용한 분도기도 있고, 사해의 동굴에서 발견된 고대의 방울도 있다. 그러나 그뿐이다. 그것들은 하나 하나 연관을 가지고 있지 않다. 마치 굶주림과 추위가 머리를 꽉 붙잡고 있는 고아처럼, 그것들은 케이스 안에서 쪼그리고 앉아 눈을 감고 있다.
박물관 관내는 매우 조용하다. 폐관 시간까지는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다. 나는 책상 서랍에서 나비 모양을 한 금구를 꺼내어 현관 옆에 있는 괘종 시계의 태엽을 감는다. 그리고 그 바늘을 정확한 시간에 맞춘다. 내 생각이 틀리지 않는다면 나는 이 박물관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아침의 조용한 빛과 고요한 성행위의 예감이, 언제나 그렇듯이 녹은 아몬드처럼 이 박물관의 공기를 지배하고 있다.
나는 관내를 한바퀴 빙돌고, 창의 커튼을 열고, 스팀 마개를 활짝 연다. 그리고 유료 팜플렛을 정성스럽게 정리해서 입구의 책상 위에 쌓아둔다. 필요한 전등의 콘센트를 꽂는다. 그러니깐 베르사이유 궁전의 모형에서 A6 단추를 누르면 왕의 거실 불이 켜진다든지 하는, 뭐 그런것이다. 음료수 냉각기의 상태도 점검해 본다. 유럽 늑대의 박젤르 어린애들의 손이 닿지 않도록 조금 구석으로 밀어둔다. 세면장의 물비누를 보충한다. 그 정도의 일은 머리속에서 하나 하나 순서를 정해서 하지 않아도, 몸이 제 마음대로 움직여 끝내 놓는다. 그러니까 나는 뭐라고 해도, 잘 말할 수는 없지만, 나 자신이다.
그 다음에 나는 작은 부엌에 들어가 이를 닦고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손잡이가 달린 냄비에 붓고, 전기 곤로에 올려 놓고 데운다. 전기 곤로나 냉장고나 칫솔 같은 것은 뭔가 유서있는 그 무엇이 아니며, 가까이에 있는 전기상이나 잡화점에서 사 온 것이지만, 박물관 안에 있으면 그런 물건조차도 박물관적으로 보인다. 우유조차도 고대의 소에서 짜낸 고대의 우유처럼 보인다. 나에게는 때때로 알 수 없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박물관이 일상을 침식하고 있다 라고 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일상이 박물관을 침식하고 있다 라고 해야 하는 것인지 하는 것이다.
우유가 데워지자 나는 책상 앞에 앉아서 우유를 마시면서 우편함에 쌓여 있는 편지를 열어서 읽는다. 편지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수도 요금의 청구서라든지, 고고학 써클의 회보나, 그리이스 영사관의 전화번호 변경 안내 등의 사무적인 편지이고, 다른 하나는 박물관에 찾아왔던 사람들이 써 보낸 여러가지 감상과 불평과 격려와 제안의 편지였다. 그런 편지를 받을 때마다 나는, 사람들은 참으로 여러가지 것들을 생각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별 볼일 없는 아주 옛날의 일이 아닌가. 메소포타미아 관 옆에 후한 시대의 술그릇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그들에게 어떤 붚련을 준다는 말인가. 박물관이 이런 곤혹스럽고 혼란스러운 일을 그만둔다면, 그들은 도대체 다른 어디에서 그것들을 볼 수 있단 말인가?
나는 그런 두 중류의 편지를 서류 상자에 무감동하게 던져 버리고, 책상 서랍에서 쿠키 상자를 꺼내 세 개를 베어먹고 우유를 마신다. 그리고 마지막 편지를 개봉한다. 마지막 편지는 박물관의 오너에게서 온 것으로 내용은 아주 산뜻하다. 계란색 아트지에 검은 잉크로 지시를 써 놓았다.

1. 36번 항아리를 싸서 창고에 집어넣는다.
2. 그 대신 A52의 조각 받침대(조각 없음)를 스페이스 Q21에 전시한다.
3. 스페이스 76의 전구를 새 것으로 교환한다.
4. 다음달 휴관일을 입구에 명시해 둘 것.

나는 물론 지시에 따른다. 36번 항아리를 화포로 싸서 구석에 집어넣고, 그 대신에 A52의 매우 무거운 받침대를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질질 끌고 온다. 의자에 올라가서 스페이스 76의 전구를 새 것으로 교환한다. 받침대는 무거운 것 치고는 별로 눈에 띄지 않고, 36번 항아리는 관객들에게 평가가 좋았고, 전구도 아직 새 것과 마찬가지였지만, 그것은 내가 하나 하나 의견을 낼 수 있는 종류의 일이 아니었다. 나는 시킨대로 하고 우유컵과 쿠키 상자를 치웠다. 개관 시간이 되었다.
나는 세면장의 거울 앞에서 머리를 빗고, 넥타이도 고쳐 매고, 성기가 단단히 발기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문제는 아무 것도 없었다. 

36번 항아리
A52 받침대
전구
발기

섹스가 물결처럼 박물관의 문을 두드린다. 괘종시계의 바늘이 오전 11시의 예각을 새기고 있다. 겨울빛은 바닥을 핥듯이 낮게 방의 중심까지 들어와 있다. 나는 천천히 플로어를 가로질러 빗장을 풀고 문을 연다. 문을 연 순간에 모든 것이 변한다. 루이 14세의 거실에 불이 들어오고, 36번 항아리는 남모르게 젤리 모양의 잠 속으로 빠져든다. 내 머리 위에서는 몇 사람인가 부산한 남자들이 둥근 형태로 구두 발자욱 소리를 내고 있다.
나는 누구를 이해하는 것을 그만둔다. 누군가가 문 앞에 서 있는것이 보인다. 그러나 그런 것은 어찌 되어도 상관없는 일로, 문에 대해서 개의치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섹스에 대해서 생각하면 언제나 겨울 박물관에 있고, 우리들은 모두 거기에서 고아처럼 쪼그리고 앉아 따스함을 구하고 있는 것이다. 손잡이가 달린 냄비는 부엌에, 쿠키는 서랍에, 그리고 나는 겨울 박물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