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거의 보이지 않지만, 나는 식당차란 것을 참 좋아한다. 여행을 가면, 식사 때는 식당차에 가서 천천히 여유롭게 식사하는 것을 즐겼다. 별로 돈이 없던 젊은 시절에도 여행을 떠나게 되어 열차를 타면 무리를 해서라도 식당차에 갔다.
흰 테이블보가 깔려 있고(설령 곳곳에 오래된 소스 자국이 남아 있더라도), 무겁고 고풍스러운 꽃병에 카네이션 한 송이가 꽃혀 있다면, 더 이상 말할 나위가 없었다. 먼저 맥주를 주문한다. 차가운 작은 병과 그야말로 날씬한 고풍의 맥주잔이 날라져 온다.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아 테이블보 위에 맥주의 호박색 그림자가 떨어진다.
아직 독일이 동서로 분열되어 있던 시절, 동독 지역을 통과하는 열차를 탔다. 베를린에서 오스트리아까지 가는 열차였던 것 같다. 식당차가 붙어 있었는데, 그것은 실로 내가 찾던 바로 그런 클래식한 식당차였다. 하얀 겉옷을 입은 고참 웨이터가 와서 주머니에서 몽당연필을 꺼내 합병증 증세라도 묻
는 듯한 얼굴 표정으로 머리를 끄덕거리면서 신중하게 주문을 받는다. 그 날 메뉴 속에서 내가 골라 주문한 것은 맥주와 수프와 야채 샐러드와 페퍼 스테이크였다.
음식이 나올 동안, 나는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동독의 시골 마을이 잇달아 눈앞을 지나갔다. 가을 햇빛에 건물 지붕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강이 있고, 숲이 있고, 보드라운 초원이 있고, 그 위를 유유히 구름이 흘러갔다. 만약 이곳에 뭔가 모를 불평을 말해야 할 포인트가 존재했다면, 그것은 그
날 나온 음식이 너무 맛 없었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맛 없었을까? 그건 말이다. 10년 이상 지난 지금도 맛 없었다는 것을 똑똑히 기억할 수 있을 만큼 맛이 없었다.
이렇게 근사한 식당차에서 이렇게 맛 없는 음식을 내오다니, 동독이라는 나라도 길진 않겠구나 하고 그때 나는 꽤 절실하게 생각했었고, 실제로 그 몇 년 후 동독이라는 나라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 뭐, 식당차에서 지독한 음식을 파는 나라는 그대로 전부 망해 버린다는 것은 아니지만.
전에 나는 식당차를 무대로 한 단편 소설을 쓰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남자가 혼자 여행하다가 식당차에서 한 여자와 같이 앉게 된다. 남자는 스테이크 샌드위치와 맥주를 주문한다. 여자는 포타쥬 수프와 물만 주문한다. 물을 마시면서 여자는 이상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녀는 알코올에 담궈 놓은 한 개의 굵은 손가락을 휴대하고 여행을 다녔다. 그녀는 그 병을 가방에서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 놓는다. 재미있겠지요? 그러나 결국 쓰지 않았다. 세상에서 이미 식당차 따위는 발견할 수 없게 되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