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취미는 오래된 LP 레코드 콜렉션이다. 콜렉션 범위는 주로 재즈인데, 전세계 어디를 가도 틈만 나면 중고 레코드 가게를 찾는다. 요전번의 스톡홀름 체제는 사흘이었는데, 나는 그 사흘 동안 레코드 가게에 박혀 지냈다. 그 사흘을 아내는 앤티크 식기 가게에 박혀 살았다(그것이 그녀의 취미이다).
덕분에 둘이서 사 모은 레코드와 그릇의 무게에 짓눌려 돌아 오는 길에는 죽을 뻔했다. 스톡홀름까지 가면서 시내 관광 따위는 하나도 하지 못했다니. 참 희한한 부부다.
좋은 중고 레코드 가게를 찾아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조건 그 지방 사람들에게 물어 보는 것이다. 나는 '어디 중고 레코드 가게 없습니까?' 하고 물으면서 돌아다닌다. 시내 지도를 준비해서 대답을 들을 때마다 그곳을 표시해 나간다. 이국의 지하철을 갈아타고 버스를 갈아타면서 무거운 짐을 안고 들고 먼 거리를 걷는다. 루트를 설정해서 하루에 몇 집씩 돌아다니는 것이다. 렌터카를 빌릴 때도 있다. 가 보면 노는 날이기도 하고, 헤비메탈 전문 가게이기도 할 때가 있지만, 그래도 전혀 나는 기가 죽지 않는다. 이런 일에는 어지간히도 부지런하군 하고 스스로도 감탄한다. 그만한 에너지를 좀더 유익한 데에 나는 왜 쏟을 수 없는 것일까.
나도 꽤 이상하지만, 중고 레코드 가게 주인들도 만만찮게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 스톡홀름의 한 레코드 가게 아저씨는 대머리에 약간 고집스럽게 생긴 얼굴로, 처음 보았을 때는 몹시 무뚝뚝했다. 그러나 사흘 내리 다니자(그만큼 많은 레코드가 있었다) 과연 감탄 했는지, '어이, 좀더 좋은 거 보여 줄까?' 하고 말을 꺼냈다. 내가 '물론 보고 싶지.' 라고 하자, 안쪽의 창고 같은 방으로 나를 데려갔다. 그곳에도 밖의 진열품과 비슷할 만큼 많은 양의 레코드가 있었다(웃음).
그곳에는 간이 침대와 커피를 끓일 수 있을 정도의 싱크대도 붙어 있었다. 아마도 그곳에도 혼자 먹고 자고 하면서 밤낮없이 레코드를 정리하고 음반 질을 확인하고 가격을 매기는 것 같았다. 그런 정리 과정 이전의 레코드들이 잔뜩 쌓여있다. 선반에는 가게에 진열하는 것이 아까운 물건들이 꽂혀 있었다. 연주가별로 정리한 레코드를 그는 애정을 담아 소중히 다루고 있었다.  도대체 이 아저씨는 어떤 인생을 보냈을까 생각하니 심란해졌지만, 나도 그다지 타인에 대해서 이러니 저러니 말할 처지가 아니어서, 그저 하룻동안만 그 창고에서 맘 편하게 레코드를 뒤졌다. 즐거웠다. 생각해 보면 여기저기 관광을 하는 것보다는 중고 레코드 가게의 창고에서 하루를 보내는 편이 더욱더 '여행을 했다'는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세상은 무대다' 라고 세익스피어는 간파했지만, '세상은 또 중고 레코드 가게이기도 하다' 라고 무라카미는 단언하고 싶다.
오랜 세월 동안 중고 레코드 가게들을 찾아 다니다 보니, 재킷을 만져 보고 냄새를 맡아 보는 것만으로도 어느 시기에 발매된 것인지 대충 알게 되었다. 무게와 종이 감촉만으로도 '이건 오리지널이군' '이건 재발매된 것이군' 하는 정도로 그것들의 정체를 금방 구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끈질기게 말하는 것 같지만, 이만큼의 열의를 좀더 유익한데 썼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