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한 한계까지 '죽음'에 가까워지는 순간이 사람에게는 있지 않을까. 실제로 하마터면 죽을 뻔한 경우도 있겠지만, 그것과는 달리 특별히 이렇다 할 이유도 관련성도 없이 불시에 죽음 그 자체의 존재를 아주 가깝게 느끼게 되는 것 말이다.
우리는 평소에는 그다지 죽음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그런 생각을 매일 한다면 피곤하겠죠). 그러나 어느 순간, 어쩌다 보면 죽음의 숨결을 문득 목덜미에 느낄 때가 있다. '그래, 우리는 극히 당연하게 살아서 낮에 튀김 덮밥을 먹고 농담을 하고 웃고 있지만, 사소한 변화로 간단히 소멸되어 버리는 덧없는 존재야'라는 것을 실감한다. 거기에 맞춰 주변 세계의 풍경이 일시적으로나마 자신의 모습을 휙 바꾸어 버린다.
나는 언젠가 그리스에서 낡은 쌍발 프로펠러기를 타고 가다가 그런 체험을 했다. 오일드 사딘(올리브 기름에 담가 놓은 정어리)이 들어 있는 통조림 깡통 같은 얇은 비행기이지만, 아주 간단하게 만들어진 만큼 사고는 적다고 했다. 정말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비행기가 로도스 공항에 가까워졌을 때, 갑자기 양쪽 엔진이 딱 멈춰 버렸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러나 스튜어디스도 승객도 특별히 당황해하지는 않는 걸 보니, 아마 비교적 자주 있는 일이었던 모양이다.
비행기 엔진이 멈추자 주위는 조용해졌다. 바람의 신음 소리만이 희미하게 귀에 들려왔다. 맑게 갠 가을 하늘에는 구름 하나 없고 온 세상이 더할 나위 없이 깨끗해 보였다. 구불구불한 산의 능선과 소나무 숲과 곳곳에 흩어진 하얀 집들이 눈 아래 펼쳐지고 건너편에 에게 해가 빛나고 있었다. 나는 그 위를 떠돌며 헤매고 있었다. 모든 것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답고 조용하며 아득히 멀리 있었다. 지금까지의 일들을 하나의 형태로 묶고 있던 띠 같은 것이 무엇인가의 힘이 가해지자 풀어져서 아래로 떨어진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때 나는 내가 이대로 죽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느꼈다. 세계는 이미 다 풀어져서 지금부터 세계는 나와 무관하게 진행되어 가겠구나 하고. 자신이 점점 투명해지다가 결국 육체를 잃고 오감만이 나중에 남아 처리해야 할 업무처럼 세계를 나의 눈 속에 담아둔 것 같았다. 아주 신기하고 은밀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윽고 엔진이 걸려 주위에 다시 굉음이 돌아왔다. 비행기는 크게 공중을 선회하다가 활주로를 향했다. 나는 다시 한번 자신의 육체를 되찾은 한 사람의 여행자로서 로도스 섬에 내렸다. 그리고 계속 살아 있는 자로서 레스토랑에서 생선을 먹고 와인을 마시고 호텔 침대에서 잠을 잤다.
그러나 그곳에 있던 죽음의 감촉은 아직도 내 속에 선명한 실감을 동반한 채 남아 있어 죽음에 대해서 생각할 때마다 언제나 그 작은 비행기 안에서 본 풍경이 머릿속에 되살아난다. 아니, 실제로 그때 나의 일부는 죽어 버렸다고조차 생각한다. 맑은 로도스 섬 상공에서, 아주 조용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