빔 벤더스의 영화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을 보았다. 새삼스레 설명할 필요도 없을지 모르지만, 미국의 뮤지션 라이쿠더가 오랫동안 잊혀져 가던 전설적인 쿠바의 명연주자들을 찾아서 팀을 만들어 현지 레코딩을 하고, 그 여새를 몰아 해외 공연을 성공시키는 과정을 그린 소위 '음악 다큐멘터리'이다. 나오는 음악가들도 모두 매력적인 사람들이고, 음악도 가슴이 설렐 정도로 즐거워서 쉽게 빠져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본 날은 대대적인 이사를 한 다음 날이었다. 나는 몇 백 개의 짐을 나른 덕분에(옛날 레코드만 6천 장이나 되었다). 몸은 파김치처럼 지쳐 있었다. 영화관 의자에 앉으니 다리가 갑자기 흐물거리며 풀려, 이제 이대로 평생 일어서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서서 움직일 때는 몰랐는데, 한번 자리에 앉으면 피로가 한꺼번에 바깥으로 밀려나오는 듯한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피로 탓에 영화가 시작된 후 처음 한 시간 정도는 영화 화면 곳곳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도저히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었다. '멋있다.' 하고 머릿속으로 생각하면서도 몸은 편안한 잠 속으로 줄줄 미끄러져 들어가 버린다. 몇 갠가의 짧은 꿈까지 꾸었다. 하나같이 맥락이 없는 이상한 꿈이었다. 그리고 꿈을 꿀 때마다 몸의 피로가 조금씩 풀려 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는 동안 귓가에서는 줄곧 쿠바 음악이 마음 편안하게 울리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나는 이 영화에 대해서는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화관을 나왔을 때 내 몸은 몇 가지의 꿈을 통과하여 중고 레코드 등급으로 말하면 '거의 신품'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래서 나는 머리가 아니라 몸 전체로 이 영화를 정당하게 이해했고 평가했다는 느낌이다. 몸의 저 깊은 곳에까지 영화가 배어들어 영양분을 쭉쭉 빨아들였다는 실감이었다. 이런저런 어려운 표현은 쓰고 싶지 않다.
그러나 나는 이런 영화는 가능하면 비디오가 아니라 영화관 의자에 앉아 친밀한 어둠 속에서 음악에 둘러싸여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잘 빠져들지 못할 부분도 있다.
짐 자무쉬가 만든 "이어 오브 더 호스"도 닐 영의 콘서트를 중심으로 구성된 음악 다큐멘터리로, 특유의 상큼한 맛이 나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둘 모두 이른바 촬영용 카메라가 아니라 소형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되었다. 그래서 화질은 거칠지만, 그만큼 음악의 숨소리가 생생하게 재현되고 있다. 최근에는 돈을 쏟아부어 만든 세련된 뮤직 비디오가 얼마든지 나와 있어서 때로는 진절머리가 날 지경이지만, 정말 근사하고 효용 있는 영상을 손에 넣기는 더 어려워지지 않았을까. 벤더스와 자무쉬의 '음악 영화'를 보고 나는 더욱 그렇게 생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