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그럴 기회가 없어서 실제로 회전 초밥집에 들어가는 일은 1년에 몇번 정도밖에 안되지만, 개인적으로 회전 초밥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아니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다. 우선은 아무와도 말을 하지 않고 식사를 할 수 있어 나로서는 바람직하다. 나는 원래부터 말수가 많은 인간이 아니며, 식사를 할 때는 특히 그 경향이 강화된다. 그리고 메뉴나 음식이 나오기를 일일이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좋다. 잠자코 카운터 자리에 앉기만 하면 눈앞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초밥 접시를 기분 내키는 대로, 그리고 먹고 싶은대로 들어내어 먹기만 하면 된다. 복잡한 룰도 없고 벌칙도 없다.
오래 전, 오차노미즈에 있는 '산 위의 호텔'에서 일을 하다가 너무 바빠서 점심을 먹지 못했다. 어째 배가 좀 고픈걸 하고 생각했을 때는 벌써 2시 반이었다. 뭘 좀 먹어야지 싶어 거리로 나가 보았지만 대부분의 레스토랑과 식당은 문이 닫혀 있었다. 나는 어슬렁어슬렁 거리를 걷다가 눈에 띄는 회전 초밥집으로 들어갔다.
"어서 옵쇼"란 환대를 받으면서 아무 생각없이 자리에 앉았는데, 어째 주변 풍경이 보통 때와는 달랐다. 무언가가 결정적으로 이상했다. '돌고 있는 벨트 위에 초밥 접시가 한 개도 놓여 있지 않기 때문'이란 걸 알기까지 몇 초가 걸렸다. 가게 안에 다른 손님이라고는 한 명도 없었다. 젊은 요리사 아저씨가 카운터 안쪽에 따분하다는 듯 멀거니 서 있었다.
"저- 장사 안하나요?"라고 나는 물어보았다. 나는 결코 자신을 사회적으로 일반화시키기를 바라며 사는 인간은 아니지만, 같은 상황에 처하면 대개의 건전한 상식을 지닌 시민은 우선 그렇게 질문하지 않을까 하고 상상하였다.
"아니오, 합니다"라고 아저씨가 말했다. "드시고 싶으신 것 말씀하세요. 그럼 만들어 드릴테니까요." 이 시간대에는 손님이 적어 미리 만들어 두면 생선회의 빛깔이 나빠지므로 주문을 받으면 만들어 돌리는 모양이었다. 아아, 그런 거였나.
"방어하고 오징어"라고 내가 큰 소리로 주문하자, 아저씨는 "예이"라면서 저쪽에서 초밥을 조물조물 주물러 방어와 오징어를 얹어 접시에 담아서는 벨트에 올려 놓았다. 플라스틱 접시 두개가 공항의 팩케지 크레임 위에서 빙빙 돌아가는 수트 케이스처럼 빙 돌아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내 바로앞에 오는데 대충 20초가 걸렸다. '드디어 오는군' 하고 기다렸다가, 접시가 다가오자 잽싸게 픽업하여 간장에 찍어 말없이 먹었다.
다 먹고 차를 한 모금 마신 다음, 이번에는 다랑어와 정어리를 주문하였다. 잠시 후 똑같은 과정을 밟아 다랑어와 정어리가 내 앞에 놓였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의 생선초밥은 아무런 맛도 없었다. 생선초밥 자체가 맛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식으로 회전 초밥을 먹으니 전혀 맛을 느낄 수가 없었다는 뜻이다. 몸이 바짝 긴장하여 맛을 음미할 여유가 없었다.
무인(이 아니지, 생선초밥이 놓여 있지 않은) 벨트가 눈앞에서 쉬지 않고 돌아가는 풍경은 상당히 강박적이다. '다 먹었어, 그럼 다음엔 뭘 먹을거야'라고 힐문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원래 회전 초밥이란 여러 가지 다양한 생선초밥이 '어머, 안녕하세요. 드시고 싶은 것 있으면 적당히 골라 드세요'란 식으로, 미리 병렬적이고 수평적이며 무기명적이고 컬러풀하게 존재하는 것이라서 짬을 견딜 수가 있는데, 그저 빈 벨트가 빙빙 돌아가니 시각적으로 고통스럽다. 별 뜻도 없이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접시가 내 쪽으로 오기를 기다렸다가, 그것을 잽싸게 픽업하는 작업도 해보면 의외로 긴장된다. 물론 대단한 속도가 아니니 놓칠 일은 없겠지만, 또 세상일이란 알 수 없는 것이다. 행여 실패했다가는 한 바퀴 다시 돌아올 때까지 1분 정도 기다려야 된다고 생각만 해도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는 것은 과장이고, 역시 가슴이 쿵쾅거린다.
초밥을 주무르는 아저씨도 '헹, 형편 없는 손님이로군. 접시 하나 제대로 못 집고'라면서 눈을 흘깃거릴 것 같다. 고작 오후 2시 반에 회전 초밥집에 들어왔을 뿐인데, 그런 참혹한 수난을 당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저런 사연으로 방어와 오징어와 다랑어와 정어리만 먹고 얼른 그 집을 나왔다. 배가 더부룩하여 소화가 잘 안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나는 내장이 비교적 튼튼한 사람이지만, 그날은 저녁 나절까지 뱃속이 안 좋았다. 호텔 방으로 돌아와 책상을 마주하고 앉았는데도 '아직도 그 초밥집에서는 접시 하나 올려져 있지 않은 시커먼 벨트가 다 먹었어, 그럼 또 뭘 먹을 거야라고 중얼거리면서 돌고 있겠지' 싶은 상상을 하니, 상상만으로도 긴장이 되어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
'세상에는 정말 여러 가지 종류의 함정이 있어. 생각지도 않은 장소에서 몸을 웅크리고 나를 기다리고 있는다니까'란 생각이 절로 든다. 하루하루 별 탈 없이 마음 편히 살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