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옛날부터 쌍둥이에게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 딱 한번만이라도 좋으니 여자 쌍둥이와 데이트를 해 봤으면 하는 게 내 오랜 꿈이다. 양쪽 옆구리에 똑같은 얼굴의 여자가 한 명씩 있어 준다면, 여러 가지 일들이 훨씬 수월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정말 그렇지 않을까.
미국 클리블랜드시의 교외에 쌍둥이 마을(Twinsville)이라는 동네가 있다. 이 동네의 기초는 1812년 모제스 윌콕스와 아론 윌콕스 형제에 의해 다져졌다. 그 동네의 역사에 따르면 이 두 사람은 신기하리 만큼 똑 닮은 쌍둥이로, 아이를 낳고도 줄곧 같은 땅에서 살았으며, 죽을 때도 같은 병세로 몇 시간 차를 두고 죽었다고 한다. 그 두사람을 기념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
그런데 이 쌍둥이 마을에서는 매년 쌍둥이 축제가 열린다. 올해에도 미국의 28개 주(州)로부터 몇 백 명이나 되는 쌍둥이가 이 마을로 모여 들었다. 페스티벌의 목적은 원칙적으로 '쌍둥이 상호가 만남의 자리를 같이하므로써, 쌍둥이 특유의 문제나 감정을 서로 나눌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모두 모여 와글와글 게임 같은 것을 하며 즐기는 것이다. 장기 자랑 같은 프로그램도 행해지는데, 그 대부분이 듀엣 합창임은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다.
이 페스티벌에는 수많은 더블즈도 참가한다. 더블즈란 쌍둥이끼리 결혼한 커플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리고 더블즈를 지망하는 쌍둥이들도 찾아온다. 즉 쌍둥이가 쌍둥이를 헌팅하는 셈인데, 그것 참 재미있을 것 같다. 역시 '넌 저쪽 해, 난 이쪽으로 할 테니까'하는 식의 사전 합의를 보고 나서 '헤이, 걸즈!' 하고 말을 걸겠지만, 누가 어느쪽을 택할지 도대체 무슨 근거를 가지고 결정한단 말인가? 나는 도저히 모르겠다. 그러나 어찌됐든 이것이야말로 진짜 더블 데이트라는 느낌이다.
이틀 동안의 축제 기간 중, 조그만 쌍둥이 마을은 말 그대로 쌍둥이로 만원을 이룬다. 그런 까닭에 축제에 휩쓸려든 '쌍둥이가 아닌' 사람은, 자신이 쌍둥이가 아니라는 사실 때문에 무척 혼란스러워지는 모양이다. '정말, 어찌된 셈인지, 나의 반쪽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는 듯한 기분'이다. 이것이 '쌍둥이가 아닌 사람'들의 감상이다.
며칠 전 신문을 읽다가 젊은 애들을 위협하여 돈을 강탈해 간 쌍둥이 야쿠자에 대한 기사를 봤는데, 쌍둥이 야쿠자라니 어째 으스스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