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코베에서 자랐기 때문에 쇠고기와 바다를 무척 좋아한다. 바다가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먹기라도 하면 아주 행복하다. 동경에는 바다가 없고(있기는 하지만 있는 축에 끼지도 못한다), 쇠고기도 비싸다. 유감천만이다.
이따금 바다가 그리워지면 쇼난(湘南)이나 요코하마(橫濱)로 가는데, 뭔가 좀 마음에 딱 차지 않는다. '일부러 바다를 보러 왔습니다'하는 느낌이 앞서기 때문이다. 바다쪽에도 '여, 이것 참 잘 오셨습니다'하는 느낌이 든다.
바다란 역시 가까이에 살면서 밤낮으로 그 냄새를 맡으며 지내지 않으면, 그 정수를 알 수 없는게 아닐까? 쇼난이나 요코하마의 바다는 지나치게 소피스티케이트화 되어 그런 '생활감각으로서의 바다'가 타향에서 온 방문객한테는 전해지지 않는 부족함이 있다.
최근 내 마음에 드는 해안이 있다면, 그건 남쪽 보소(房總)이다. 특히 치쿠라(千倉)가 좋다. 풍경이라 할 만한 것도 없지만, 여름 휴가철을 제외하면 평상시에는 사람 그림자도 얼씬거리지 않아 무엇보다도 바다 자체에 리얼리티가 있다. 철썩하고 파도가 밀려와서는 쏴아하고 밀려 나간다. 조개 껍질이며 다시마가 파도에 철썩이는 해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해안을 어슬렁거리는 개도 쇼난에 비하면 어딘가 모르게 다부진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런 곳에서 벌렁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진짜 바다구나' 싶은 생각이 마음 속 저 깊은 곳에서부터 불끈불끈 솟아오른다.
치쿠라라는 동네는 실은 안자이 미즈마루 씨의 고향이다. '치쿠라에 가서 안자이하고 좀 아는 사이인데요 하고 말하면 누구든 돈을 빌려 주니까'라고 미즈마루 씨가 말했다. 틀림없이 거짓말일 게라고 생각은 하지만, 혹…… 그런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자그마하고 조용한 동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