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있어서 가장 안타까울 때가 있다. 그것은 여자를 택시에 태워 집에 돌려보낸 뒤, 한 시간 동안이 아닐까 한다. 침대에는 아직도 그녀의 체온이 남아 있다. 테이블 위에는 그녀가 마셨던 커피잔이 있다. 거기에도 같은 느낌이다. 마치 물을 다 빼낸 수족관의 수조 밑바닥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의 한 시간이다. 책을 읽어도, 레코드를 틀어도,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나 조금씩 배가 고파왔다. 그래서 밥에다 발효한 콩을 간해서, 식사를 하게 된다. 계란을 풀어 먹기도 한다. 무우 꽁지가 남아 있어서 그걸로 된장국을 해먹는다. 또 전갱이 말린 식품도 생각이 난다. 친구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왜김치도 생각이 난다. 이렇게 되면 백중날에 선물로 받은 말린 김도 썩 어울린다.
이런 것들을 다 먹고 나면, 어쩐지 허전했던 기분은 싹 가시게 된다. 참으로 묘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