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쯤 어떤 신문의 칼럼에 "자동차에 있어 가로쓰기 표기"에 대한 짧은 글을 쓴 적이 있다.
이렇게 말하는 것만으로는 아마도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실 것 같아 좀 더 자세히 설명을 드리자면, 나는 그 칼럼에서 상용차 같은 것의 우측면에 써있는 문자의 좌우가 바뀐 것을 문제삼았던 것이다.
예를 들어 〈백조 크리닝점〉 차의 좌측에는 제대로 좌에서 우로 〈백조 크리닝점〉으로 되어있는데 반해, 우측에는 우→좌로 〈닝리크 조백〉으로 반전되어 있다. 뭐 무슨 상관이냐고 한다면 상관없는 일이지만, 나는 오래 전부터 이것에 무척이나 신경이 쓰이는 걸 어찌할 수 없다. 언제나 순간적으로 "어, 닝리크가 뭐지?" 라고 곰곰이 생각하게 되거나 한다. 게다가 가게이름 밑의 전화번호만은 제대로 좌 → 우로 쓰여져 있거나 하게 되면, 이건 이젠 지옥인 것이다― 라는 취지의 글을 썼던 것이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나의 주장 같은 건 아무런 힘도 없기 때문에 그런 글을 썼다고 해서 세상의 체제나 관습이 하루아침에 변화될 리는 없다. 최근의 예로는 〈スジャ-タ〉라는 회사의 트럭이 상당히 맘에 걸린다. 이것도 역시 우측면은 〈タ-ャジス〉로 통일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タ-ヤジス〉라면 아직 그런 대로 괜찮겠지만, 〈タ-ャジス〉라고 〈ヤ1〉자(字)가 작은 글씨로 되어 있는 게 아무래도 신경에 거슬린다. 도대체 어떻게 발음하면 좋을지 도무지 짐작조차 가질 않을 뿐더러 웬일인지 돌부리에 채인 듯한 느낌이 든다. 때문에 나는 그 회사 차를 볼 때마다 반사적으로 눈을 딴 데로 돌리게 되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 차가 거리를 잔뜩 달리고 있는 것이다. 특별히 〈스쟈아따( スジャ-タ)〉라는 회사 그 자체에 대해서 어떤 앙심이 있는 건 아니지만.
한편 디자이너들도 이 문제에 대해 적지 않게 골머리를 썩을 것 같다. 차의 우측면에 좌→우로 글자를 디자인하면, 필시 회사측으로부터 크래임이 발생되어 우에서 좌로 변경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나의 이런 글이 신문에 게재되고 나서 얼마 후, 교토의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고 계시다는 마쯔미(松味)라고 하는 분이 "교통수단의 우측면, 왼편으로부터 쓰기의 기묘한 습관"이라는 4쪽의 얇은 팜플렛을 보내왔다. 이 팜플렛은 "교통수단 우측면의 좌→우 쓰기는 어떻게 잘못되어 있을까"라는 것에 대하여 정확한 예제를 들며 논한, 아주 훌륭한 내용이었다. 문장도 논지도 정확하였고, 설득력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나와 같은 생각을 품고있는 사람이 다른 곳에도 있다고 하는 사실에 상당한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그 때 바로 감사의 편지를 쓰려했으나 언제나 처럼 질질 끌다가 보니, 결국 4년이란 세월이 흘러 버리고 말았다. 정말로 죄송 또 죄송하다고 생각한다.
이 마쯔미씨의 팜플렛에 의하면 우리 나라의 자동차나 선박에 있어 우측면 표기의 태반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심한 것이 선박으로 틀리지 않은 것을 찾기가 곤란할 정도란다. 예를 들어 해상보안청 배의 우측면부터 보면,
〈도로무〉
〈룡두구〉
〈마지노〉
와 같은 것들이 쭉 늘어져 있는데, 참으로 이상하다. 〈룡두구〉를 한눈에 〈구두룡(九頭龍)〉이라고 알아보는 분은 그다지 많이 계시지는 않을 것이며, 〈모리에〉라는 것은 브레드 앤드 버터(Bread and Butter)가 오래 전에 부른 노래의 타이틀과 닮았고, 〈마지노〉는 프랑스의 요새 같다. 〈도로무〉라는 것도 SF영화 같아서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아무리 어감이 나쁘지 않다고 해도, 그렇다고 헷갈리기 좋게 써놔도 좋다는 것은 아니다. 쇼와24년(서기 1950년) 국무회의 의결에 따라 "공공문서는 좌 → 우로 쓸 것"으로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선박에서 예외 없이 좌 → 우로 통일되어 있는 것은 해상자위대와 일부 훼리회사에 속한 선박 정도라는 것이다. 이 팜플렛은 1977년에 발행된 것이기 때문에 다소 사정이 달라졌을 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상황이 이처럼 심각할 줄은 나도 몰랐다.
왜 사람들이 교통수단의 우측면에 한하여 우 → 좌 표기를 선호하는가 하면 아마도 진행하는 방향을 쫓아 차례로 글자를 늘어놓는다는 의식에서 나온 것일 것이다. 하지만 〈미즈마루(水丸)택배〉라는 회사가 있다고 한다면, 이 회사의 상표는 어디까지나 〈미즈마루(水丸)택배〉라는 개념과 언어가 한 덩어리로 존재하는 것이지 결코 〈미즈(水)〉와 〈마루(丸)〉과 〈택〉과 〈배〉라고 하는 단순한 문자의 집합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미즈마루(水丸)택배〉라는 마크가 일체가 되어 앞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 로고 마크라는 것은 대개는 이런 것이다. 일전에 〈배택와가사(川佐)〉라는 트럭이 질주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왠지 설사가 나려고 해 서두르고 있는 것처럼 보여 아주 우스꽝스러웠다.
마쯔미씨의 팜플렛에 있는 예를 좀더 인용해 보면, 교토의 시내버스에는 각각 애칭이 붙어져 있는데, 그 중에는,
〈까사야〉
〈즈미요기〉
〈꾸가낀〉
라는 것이 있는 모양이다. 물론 이것은 〈야사까(八坂)〉〈기요미즈(淸水)〉〈낀가꾸(金閣)〉이다. 이런 것도 재미있다고 해버리면 그만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