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옛날에 비하면 현저하게 책방엘 들락거리지 않게 된 듯한 기분이다. 어째서 책방에 안 가게 되었는가 하면, 그 이유는 자신이 글쟁이가 된 데 있다.
자기 책이 책방에 진열돼 있는다는 게 어쩐지 부끄럽고, 진열돼 있지 않으면 그건 또 그것대로 난감한 일이다─등등의 이유로, 책방으로부터 싹 발길이 멀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집 안에 책이 너무 많이 쌓여 있는 탓도 잇다. 아직 채 읽지도 못한 책이 몇 백 권이나 저장돼 있는데, 그 위에다 부질없이 더 올려 쌓는 것도 웬지 바보스러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지금 쌓여 있는 책더미를 죄다 정리하고 나면 책방에 가서 또 읽고 싶은 책을 끌어 모아야지, 하고 생각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도무지 한 권도 줄지는 않고, 오히려 날로 늘어나기만 하는 실정이다.
<블레이드 러너>는 아니지만, 나 역시 '독서용 복제 인간'같은 것이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 그리하여 그가 책을 왕창왕창 읽으면서,
'주인 나으리, 이건 아주 좋습니다. 꼭 읽어야만 해요.' 라든가,
'나으리, 이건 읽을 필요없습니다.'
하고 다이제스트식으로 설명해 주면 무척 편리할 것 같다.
딱히 복제인간이 아니더라도 정력이 넘치고 한가한 데다가 책에 대한 식견이 있는 사람이 곁에 있기라도 하면 좋을텐데, 그런 일도 쉽지가 않다.
책방 나들이를 그닥 하지 않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신간 중에 외국 소설을 번역한 작품이 눈에 띄게 줄어든 데 있다. SF라든가 미스테리, 모험소설 같은 번역물은 상당히 많은데, 이런 류의 번역물은 옥석(玉石)이 마구잡이로 뒤섞여 있어, 그 유명한 나도(한때는 무턱대고 읽었으니까) 요즘엔 거의 안 읽게 되었다.
따라서 순수한 번역소설의 간행량은 극단적으로 적다. 한 출판관계자는
'순수 문학 번역물은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안팔린다.' 고 말하는데, 어찌 됐든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또, 내 자신의 독서 시간이 대폭 감소했다는 이유도 있다.
출판사 사람들을 만나면 모두들 입을 모아
'요즘 젊은 사람들은 한 자리에 앉아 지긋하게 책을 안 읽는다니까요.'
하고 장단을 맞추기는 하는데, 곰곰 생각해 보면 나 자신도 책을 그다지 안 읽게 된 것이다.
십대 시절에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쟝 크리스토프>와 <전쟁과 평화>와 <조용한 돈강>을 세 번씩 읽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옛날 일이다 싶다.
하긴 당시에는 책이란 양만 넉넉하면 그걸로 대만족이었던지라 <죄와 벌> 같은 작품은 페이지가 너무 적어 어쩐지 성에 안찬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 당시에 비하면─나이를 먹어 책 한권을 가지고 천천히 꼼꼼하게 읽게 되었다는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독서량이 오분의 일 정도로 줄어든 것 같다.
어찌하여 이렇게 책을 읽지 않게 되었는가.
그건 한마디로 독서에 할애하는 시간이 줄어 들었기 때문이다.
요컨대 독서 이외의 활동에 시간을 많이 뺏겨, 그 영향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 것이다. 예를 들면 런닝이 하루에 한 시간 반 내지 두 시간, 음악을 듣는데 두 시간, 비디오를 보는데 두 시간, 산책에 한 시간... 하고 따져 나가다 보면, 차분하게 앉아 책을 읽을 시간 따위 거의 없다니까요.
 이것 참. 뭐 직업상 읽어야 할 책은 한 달에 몇 권 매달리듯 해 가면 읽고 있기는 하지만, 그 범위를 벗어난 책은 정직하게 말해 도무지 읽지 않는다. 한심한 노릇이다.
하기야 이런 상황 내지는 경향에 빠져 있는 것은 결코 나 혼자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요즘 젊은이들이 책을 읽지 않게 된 것은 역시 독서 이외의 다양한 활동에 시간이나 돈, 에너지를 대폭 할애하고 있는 까닭일거라고 나는 추측한다.
내가 젊었을 때는─하면서 얘기가 갑자기 궁상맞은 아저씨 투로 바뀌지만─전체적으로 시간이 흘러 넘쳐, '할 수 없지, 책이라도 읽을까.' 하는 기분이 들기 쉬웠다.
당시에는 비디오도 없었고, 레코드도 상대적으로 비싸 많이는 살 수 없었고, 스포츠도 오늘날처럼 번성하지 않았다.
시대적인 분위기도 대단히 이론적이어서, 어떤 종류의 책을 일정량 독파하지 않으면 주위로부터 바보 취급을 당하는 풍조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뭔데 그게? 그런 거 안 읽었어. 알지도 못하는걸.'
하면 스무스하게 넘어간다.
그 밖에도 할 일이 얼마든지 있고, 자기 표현을 할 수 있는 장소나 방법, 미디어도 각양각색으로 갖추어져 있다.
결국 독서란 것이 유일한 신화적 미디어였던 시대는 급속하게 종식되고 만 것이다. 지금의 독서란 그 다양한 각종 미디어 중 한 가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한 경향이 바람직한 것인지 아닌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아마도 그것은 대부분의 사회현상이 그렇듯, 좋지도 나쁘지도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교양주의적, 권의주의적 풍조가 사그라지고 있다는 것을─정말 사그라지고 있는 거겠지─기쁘게 생각하고 있으나, 한편 한 사람의 글쟁이로서는 책이 안 읽히게 된 것을 섭섭하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섭섭한 반면 또 우리(란 출판에 관계된 여러 사람들을 말합니다)가 우리 자신의 의식과 체질을 전환시켜, 그 새로운 지평으로부터 새로운 종류의 우수한 독자들을 포획하는 일은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언제까지 한탄만 하고 있어서야 묘책이 안 생기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