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대해 잘 모르는 나의 소박한 질문.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면 상대 팀과 셔츠를 교환하는데, 계속 이렇게 하면 다른 선수가 입던 셔츠로 방이 가득 차지 않을까? 속옷 도둑도 아니고 남의 옷을 많이 모으면 좋은 걸까? 그다지 재미없을 것 같은데.
남의 땀 냄새 나는 셔츠 따윈 필요 없다는 선수도 있지 않을까. 한 팀에 한 명 정도는 반드시 있을 거라고, 셔츠를 교환하는 장면을 볼 때마다 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여자축구에서는 셔츠 교환을 안 하나? 하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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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신이 택한 삶이 무엇보다 훌륭하다고 여긴다. 하나의 달성이라고 믿는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승리뿐이다. 그렇다. 승리뿐인 것이다.
또다시 일반론. 이기고 있을 때 승리는 너무도 쉬운 것처럼 느껴진다. 손을 뻗기만 하면 승리는 늘 그곳에 있다. 하지만 이기지 못하면 아무리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아무리 손을 뻗어도 승리는 저 먼 곳에 있을 뿐이다.
p322
우리는 모두, 거의 모두 자신의 약점을 껴안고 살아간다. 우리는 그 약점을 없앨 수도, 지울 수도 없다. 약점은 우리 존재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은 곳에 몰래 숨겨 둘 수는 있지만, 긴 안목에서 보면 그런 행위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일은 약점을 인정하고 정면으로 바라보며 자기편으로 만드는 것이다. 약점에 발목 잡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디딤돌로 삼아 스스로를 보다 높은 곳으로 나아가게끔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결과적으로 인간으로서의 깊이를 얻을 수 있다. 소설가든 육상 선수든 평범한 직장이든 원칙은 같다.
물론 나는 승리를 사랑한다. 승리를 평가한다. 그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기분 좋은 것이다. 하지만 그 승리 이상으로 ‘깊이’를 사랑하고 평가한다. 때로 인간은 승리하고, 때로 패배를 맛본다. 그리고 그 후에도 계속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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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도 없는 말을 입에 담을 순 없다. 그게 바로 나다. 이제껏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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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말할 필요 없이 우리는 일상 속에서 각자의 발걸음으로 땅바닥 위를 걸어가야 한다. 내일, 내일, 그리고 또 내일. 우리는 계속 싸워 나가야 하며 때로는 미로에 빠질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만약 선수가 투쟁심을 상실한다면 그것은 싸움을 포기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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