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발언을 하면 전철로 통금을 하시는 분들께선 혹 불쾌하게 여기실지 모르겠지만, 나는 분명하게 말해 '철도 스트라이크'라는 걸 좋아한다. 그렇다고 뭐 딱히 운수 관계에 있는 노동자들을 지원하고 있다든가, 시화가 혼란스러워지는 거 좋아한다던가, 그런 것은 아니고(사회가 혼란스러워지는 건 약간 좋아하지만), 그저 단순히 '평상시와는 다른' 일이 생기면 아주 기쁜 것이다. 역이 폐쇄되어 휑뎅그레하거나, 야마노테선의 육교 위에서 삼십 분 동안이나 선로를 내려다 보아도 열차가 한 량도 지나가지 않곤 하면, 가슴이 두근두근한다. 좀더 자세하게 그런 심리를 분석해 보면, 나는 같은 '평상시와는 다른 일'이라도, 여느 때는 아무것도 없는 곳에 무엇이 생기는 쪽보다, 여느 때는 무엇이 있는 자리에 아무것도 없게 되는 마이너스적 상황, 결락 상황 쪽이 취향에 맞는 듯하다. 그러니까 철도 스트라이크 같은 경우는 내 취향에 딱 들어맞는다. 만약 반 철도 스트라이크라는 것이 존재하여, 그날은 열차량수가 보통 날의 세 배쯤으로 늘어난다 해도, 그런 종류의 비일상성은 그다지 나의 관심을 끌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옛날 장사를 했을 시절, 철도 스트라이크가 있는 날이면 손님이 거의 한 사람도 없어 영업상 상당한 손해를 봤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그 당시 역시 스트라이크가 좋았다. 물론 돈이 들어오지 않는 일이야 고통스럽지만, 스트라이크 중이니까 어쩔 수 없지 뭐 하는 심정으로 그런 날에는 일찌감치 가게문을 닫고, 인기척도 없이 휑한 동경 거리를 마음껏 걸어 다녔던 것이다. 하라주쿠에서 시부야, 요요기에서 신주쿠로 걷고 있노라면, 거리 전체에 '오늘은 쉬는 날'이라고 하는 여유로운 분위기가 떠돌고 있는데다, 조용하기도 하고 사람도 적어, 정말 즐겁다. 어째 '방과 후' 같다는 느낌이 든다. 걷는 속도도 여느 때보다는 얼마간 느릿해져, '어, 느티나무 새잎이 제법 많이 돋았잖아'하고 보통 때는 별로 느끼지 못하던 부분에 문득 시선이 옮겨지기도 한다. 점심때가 지나 교섭이 타결되어 전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면, 퍽 실망스럽다. 신문에 곧잘 '이제 스트라이크는 지긋지긋 합니다. 어떻게든 조처를 취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샐러리맨 a씨(38세), '스트라이크를 하는 날은 장사가 안돼서 밥만 축냅니다'라는 따끈따끈 도시락 장사(45세)의 발언 같은 게 실리는데, 정말 그런 사람들만으로 세상이 성립되어 있는 것일까? 하기야 뭐 스트라이크 덕분에 몹시 곤혹을 치르는 사람이 어느 정도 있기는 하겠지만, 대개의 사람들은 '스트라이크? 가끔씩은 괜찮잖아'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나처럼 '스트라이크 대환호'라고 단언하는 사람도 제법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문에는 그런 류의 의견은 별로 실리지 않는다. 어째서일까? '스트라이크, 좋잖아요, 오래 계속됐으면 하는데요'라는 의견이 나오면 지면이 수습되기 어려운 탓인지도 모르겠다. 분명 수습되기 힘들 테지, 게다가 그런 걸 따르기 시작하면, 더 나아가 '태풍을 꽤 좋아한다'는 등, '요인 암살은 유쾌하다'는 식의 의견까지 따르게 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노동자의 노동 쟁의권은 일단(국철 문제는 제쳐두고) 법률로 보장되어 있는 것이니까, '스트라이크를 좋아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해도 결코 윤리에 어긋나지는 않는다. 태풍 지지와 요인 암살과는 성질이 다르다.
이전에 국철 중앙선의 선로 변에 살았던 적이 있다. 그것도 웬만한 연변이 아니고, 뒤뜰로 전철이 지나간다고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닐 만큼 옆이다. 말할 것도 없이 굉장히 시끄럽고, 따라서 집세도 싸다. 집세만 싸다면 좀 시끄러운들 상관없어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사는 집이다.
그래서 우리(나와 마누라)는 매년 있는 철도 스트라이크를 기다리는 게 낙이었다. 스크라이크가 시작되어 열차가 레일 위를 달리지 않게 되면, 우리는 선로 변에서 뒹굴며 한가롭게 햇볕을 쬐었다. 선로 변에는 이런저런 들풀이 자라 있고, 색깔이 알록달록한 꽃들도 피어 있다. 하늘에서는 종다리가 재재거리고, 사방은 노아의 홍수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처럼 잠잠하다. 이대로 그냥 신석기 시대로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는데 싶은 기분까지 들 정도였다. 지난번 스트라이크 예정일 전날 밤에 거리에서 어물쩡거리고 있다가 아는 여자와 우연히 마주쳤다. 그래서 '아니, 이렇게 늦게까지 뭘하고 있는 거지?' 하고 물었더니, '내일 스트라이크가 있잖아요. 회사에서 호텔을 잡아 주었어요' 하길래, '그럼, 어대 마시러 갈까' 하고는 짝짜꿍이 맞았는데, 그때도 아주 즐거웠다. 개중에는 이런 찬스를 이용하여 재수 좋게 오피스 러브에 열중하시는 분들도 틀림없이 있을 텐데, 물론 그런 사람들의 스트라이크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도 신문에는 안 실린다.
- 일본에서는 매해 봄, 3월경에 임금 인상 요구를 중심으로 노동 조합이 벌이는 전국적인 공동 투쟁이 있다. 기업과 노조의 온건한 타협으로 인상률이 결정되는 까닭에 최근에는 '투쟁'이라기 보다 '교섭'으로 불리는 경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