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필버그 감독의<미지와의 조우>라는 영화를 감탄스럽게 보지는 않았는데, 그것은 영화의 완성도가 낮아서가 아니라 그냥 단순히 UFO에 대해 별 흥미를 못 느끼기 때문이었다,. 영화로 서는 그런대로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흥미가 없는 것은 어떻게도 할수없다. 나는 중국식 만두를 싫어하니까 만약 중국식 만두가 주인공인 영화가 있다면, 역시 그 작 품에 매기는 점수도 상당히 낮지 않을까 싶다. 이기적인 사고 일지 모르겠으나 세상이란 모름지기 그런 것이다.
하긴 UFO는 중국식 만두와는 달리 싫어하는 건 아니다. 거듭 말하지만 단순히 흥미가 없을 뿐이다. UFO의 존재를 안 믿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믿는 것도 아니다, 그런 것이 있다고 하면 '있나'하고 생각하고, 없다고 하면 또 '없나'하고 생각한다. 어느쪽이라도 별 상관이 없는 것이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UFO를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몇 명있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어,그래' 하고 대꾸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대답하면, 대개는'자네 안믿는 거지?'라며 상대방은 화를 낸다. 나는UFO의 존재를 안믿는 게 아니고, 별다른 흥미를 못느끼는 일에 대해 양자택일하라고 강요당하하는 게 귀찮을 따름인데, 그런 나의 심정은 설명을 해도 전혀 알아 주지 않는다, 참으로 골치 아픈 일이다.
며칠 전 어떤 여자한테 '하루키 씨는 UFO도 불 수 없으니까 틀렸어요'라는 의미의 말을 들었다. 과연 그런 말을 듣고 보면 그런가 싶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소설가로서 밥벌이를 해 먹으려면 UFO나 유령을 한 번쯤 봤다면 예술가로서의 관록이 붙을 것도 같다, 술자리에서의 화제 거리로도 써 먹을 수 있다.
뭐 그런 이유로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았는데,,편의상 UFO나 유령을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을 '예술가'로 정의하고, 본 경험이 없는 소설가 따위는'예술 방면 활동가' 라고 정의하면 어떨까? 그렇게 하면 누군가가 UFO에 대한 화제를 꺼냈을 때 '아, 저는 소설을 쓰고 잇습니다만 '예술가' 가아니고 '예술 방면 활동가'니까, UFO 얘기는 흥미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하고 깨끗하게 거절할 수가 있다. 상대방도 '그런가? 흠, 이 작자는 '예술방면 활동가'니까 이런 얘기 해봤자 아무 소용없겠군' 하고 단념한다. 피차 조용하게 해결되니 그야말고 축복스런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