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타고 멍하니 라디오 뉴스 같은 걸 듣고 있으면 가끔씩 정말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만큼 깜짝 놀랄때가 있다. 내용에 대해서 깜짝 놀라는 게 아니라. 아나운서의 대수롭지도 않은 말에 질겁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고속 도로 1호선의 무슨 무슨 인터체인지 부근 하행 차선 트럭에서 떨어진 니쿠즈레 (살이 닳거나 살점이 떨어져 나감) 때문에 3킬로미터 정체 현상을 빚고 있다' 는 뉴스를 듣는 순간'어떻게 트럭의 살점이 떨어져 나갈수 있을까' 하고 생각에 잠기고 만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 보면, 분명 그것은 니쿠즈레(쌓은 물건이 쏟아지거나 무너져 내림)이다. 트럭의 살점이 떨어져 나가거나, 오토바이가 무좀에 걸리거나 한다면 세상은 일대 혼란을 일으키고 말 것이다.
'어제, 일본관 소비에트이 시나급 협의가 행해......'란 뉴스도 있었다. 그때도 '어째서 일본과 소비에트가 시간당 급여에 대해 협의를 하는 것일까' 하고 골몰히 생각에 빠지고 말았다. 그러나 설명을 잘 듣고 보니 그것은 '차관급'이란 말이었다. 세상에는 참 동음 이의어도 많다. 잘못 알아듣기 십상이다.
어쩐지 우스워서 택시 뒷자리에서 혼자 피식거리고 있었더니 '손님,무슨 좋은일이 있었습니까?' 하고 운전수가 묻는다. '예? 아뇨, 그냥'하고 적당히 얼버무렸지만, 이런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소한 해학은 사람을 제법 즐겁게 해 준다.
한참 옛날에 일인데, 시보를 두 번이나 틀리게 말한 아나운서가 있었다. '일곱 시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실례했습니다. 여덟 시 입니다. 아니, 실례했습니다. 아홉 시입니다. 아홉 시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란 식으로. 난 그 방송을 들으면 혼자서 폭소를 터뜨렸는데, 그 아나운서는 분명 나중에 상사한테 지독하게 질책을 당했을 것이다. 어쩌면 동료들이 '일곱 시, 여덟 시, 아홉 시의 00'란 별명을 지어주고는, 그 후 몇 년 간을 놀려대며 짓궂게 굴었을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면 안된 일이다. 그러나 안된 일이긴 하지만 우습다. 이런 류의 사건의 하루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있다면 꽤 즐거운 인생을 보낼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드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