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 그 자체를 행하는 것은 별 문제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어쩐지 하기 쑥스러운 - 그런 타입의 작업이 세상에는 몇 가지 존재한다. 예를 들면 여름 무더위가 한 창 기승을 부릴 때 크리스마스 캐롤 집을 구매하는 행위도 그 중의 하나이다.
레코드 한 장 사는 일이 그럴 만큼 중대한 결의를 요하는 행위가 아님에도, 나는 그 레코드가 크리스마스 캐롤을 담고 있고, 계절이 팔 월 이라는 것 만으로 늘 '망설임의 바다' - 라는 게 달 표면에 있다고 한다 - 의 깊고 어두운 심연을 헤매이게 된다.
과연 올 크리스마스에 나는 정말 캐롤이 듣고 싶어 질까? 그리고 크리스마스란 그렇게 의미있는 것일까? 하고. 팔월의 한복판에서 크리스마스 및 크리스마스의 주변적 사물에 대한 가치판단의 쫓기는 것도 꽤 괴로운 것이다.
그런 연유로, 나는 지금까지 수많은 희귀앨범 - 물론 크리스마스 캐롤집이다. - 을 살 기회를 놓지고 말았다. 애러피츠제럴드의 오래된 크리스마스 레코드도 못 샀고, 케니 바랠 것도 못샀다. 어찌된 셈인지, 나는 줄곧 여름이 한창일 때 중고 레코드가게에서 조금은 희귀한 크리스마스 레코드와 해후하곤 한다. 그러고는 늘 십이월이 돼서는 '그때 사두었으면 좋았을 걸' 하고 후회하는 어리석음을 겪는다.
그러나 올 겨울에 한해서는 나는 결코 후회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그 이유는 나는 지난 유월에 ' 이번 여름이야 말로 크리스마스레코드를 잔뜩 사들여야지' 하고 결의를 한 후, 그것을 대담하게 실행에 옮겼기 때문이다. 그것도 팔월의 호놀룰루에서 열장이나 크리스마스 캐롤집을 사 모은 것이다. 어떤 레코드 가게에서는 점원이 내게 ' 메리크리스마스' 하고 응원을 해 주었을 정도이다.
이제 슬슬 거리에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흐르기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여름에 뿌려 둔 씨앗이 착실히 성장하여 우리집 레크드 선반에서는 프랭크 시나트라와 패티 태이지와 체트 아트킨즈가 그 차례를 지긋이 기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