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슴 아파한 것은 그 고양이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고양이는 나의 분노를 일으킬 만한 일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의 행동이 죄를 짓는 일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결국 내 불멸의 영혼은 ― 만일 그런 게 있다면 ― 신의 무한한 자비로도 구해 낼 수 없는 깊은 심연 속에 빠지게 되리라. 그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가슴이 아팠다.
2. 공포
이 참혹한 짓을 한 그날 밤, 나는 깊이 잠들어 있었다. 그러다가 나는 '불이야!' 하는 소리에 눈을 떴다. 침대와 커튼이 불길에 휩싸이고 집안이 온통 불바다였다. 아내와 나는 하녀와 함께 가까스로 집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집은 완전히 타 버렸다. 내 재산은 모조리 재가 되었다. 그리고 그 뒤로 나는 절망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나는 이 재앙이 나의 잔인한 행동과 무슨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 모든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마당에 한 가지 일이라도 소홀히 하고 싶지는 않다.
불이 난 다음날, 나는 불탄 자리로 가 보았다. 집의 벽은 한쪽만 남긴 채 모두 허물어져 있었다. 그런데 내 침대 머리맡의 칸막이 벽만은 타지 않고 남아 있었다. 나는 얼마 전에 거기에 석회를 발라 새로 칠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벽 주위에 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벽의 한 부분을 아주 자세히,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거 참 신기한데!"
"이상한 일도 다 있군!"
이런 소리에 이끌려 나는 벽 가까이 다가갔다. 가서 보니 흰 벽에 얕게 새긴 듯한, 거대한 고양이의 모습이 나타나 있었다. 그 모습은 정말 놀라울 만큼 정확했다. 심지어 고양이 목에 밧줄이 감겨져 있는 모습까지 나타나 있었다.
이 요물(그렇게 여길 수밖에 없었다)을 흘끗 본 나의 놀라움과 공포는 엄청났다. 그러나 나는 가까스로 냉정을 되찾았다. 그 고양이의 목을 매단 곳은 우리집 뜰이었다. '불이야!' 하는 소리에 사람들이 순식간에 뜰로 잔뜩 모여들었을 것이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잠든 나를 깨울 작정으로 고양이 시체를 나뭇가지에서 끄집어 내려 열린 창문으로 내 방에 던져넣은 것이리라. 그런데 다른 쪽 벽이 무너지는 바람에 고양이 시체는 새로 바른 벽에 붙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벽의 석회가 화염과 시체에서 뿜어져 나온 암모니아의 작용에 의해 이런 흉측한 모양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양심이야 어떻든 나의 이성은 어느 정도 상황을 납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사실이 내게 강한 인상을 남긴 것만은 분명했다. 그 후 오랫동안 나는 그 고양이의 환영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러는 동안 내 마음에는 ― 회한과는 다르지만 ― 회한 비슷한 이상한 기분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 고양이를 잃어버린 것이 섭섭한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심지어 뻔질나게 드나들던 싸구려 술집에서도 주위를 기웃거리며 대신 기를 만한, 털빛이 비슷한 고양이는 없는지 살펴보게 되었다.
어느 날 밤, 그날도 나는 술집에서 머리 끝까지 잔뜩 술이 올라 멍하게 앉아 있었다. 그러다 나는 문득 그 방의 유일한 가구라고 할 만한 진이나 럼 술통 위에 무언가 검은 것이 웅크리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실은 아까부터 줄곧 그 술통 쪽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왜 이제야 비로소 그 검은 모양을 알아차린 것인지 사실 무척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 손을 대어 보았다. 그것은 검은 고양이였다. 플루토와 비슷한 몸집을 한, 한 군데만 빼놓고는 플루토와 모습이 똑같은 고양이였다. 플루토는 온몸이 새까맸으나 이 고양이는 가슴 부분이 윤곽이 흐릿한, 하얗고 커다란 얼룩점으로 덮여 있었다.
내가 손을 대자 고양이는 얼른 일어났다. 그리고 목을 쭉 빼고 내 손에 몸을 비비며 아양을 떨었다.
이 녀석이야말로 바로 내가 찾던 그런 고양이였다. 나는 술집 주인에게 그 고양이를 내게 줄 수 없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러나 술집 주인은 그 고양이는 자기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고 그 전에는 전혀 본 적도 없는 고양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잠시 고양이를 쓰다듬어 주다가 이윽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데 고양이가 나를 따라오려는 눈치였다. 나는 그대로 따라오도록 내버려두었다. 나는 길을 걸으며 이따금 허리를 굽혀 고양이의 등을 가볍게 토닥거려 주었다. 고양이는 집에 오자마자 곧 길이 들었고 아내도 그 고양이를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나는 이 고양이에 대한 혐오감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고양이가 분명히 나를 따르는 것이 성가시고 마음이 초조하여 견딜 수 없었다. 혐오와 곤혹스러운 느낌은 점점 심해져 마침내 극도의 증오심으로 바뀌게 되었다.
나는 그 고양이를 피했다. 일종의 수치심과 전에 내가 저질렀던 잔혹한 행위의 기억 때문인지 고양이를 괴롭히지는 않았다. 여러 주일 동안, 나는 고양이를 때리거나 거친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서서히, 아주 서서히 나는 고양이에 대해 이루 말할 수 없는 증오를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마치 전염병 환자의 숨결을 피하듯 그 불길한 모습을 슬슬 피하게 되었다.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온 다음날 아침 나는 그 고양이가 플루토처럼 한 눈이 멀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것이 고양이에 대한 내 증오심을 부추겼다. 그러나 한 눈이 없다는 것 때문에 아내는 더욱 그 고양이를 측은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이전에는 나도 이런 뛰어난 성품, 소박한 기쁨의 근원인 이런 자비심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자비심을 아내는 아직도 많이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내가 미워하면 할수록 고양이는 나를 더욱 따르는 것 같았다. 어떤 집요함을 갖고서 그 고양이는 내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녔다. 어디에 가든지 으레 쫓아와 내 의자 아래 웅크리고 앉거나 무릎 위로 뛰어올라 핥거나 또는 그 불길한 몸뚱아리를 비벼대는 것이었다. 일어나 걸어가려고 하면 두 다리 사이로 끼어들어 하마터면 곤두박질할 뻔하게 하는가 하면, 길고 뾰족한 발톱으로 옷에 매달려 가슴까지 기어오르기도 했다.
그럴 때면 나는 단번에 그 고양이를 때려 죽이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다. 하지만 나는 무한한 인내심을 발휘하여 참곤 했다. 전에 저지른 잔인한 행위의 기억이 아직 생생한 이유도 있었지만, 실은 그보다도 ― 분명히 말해 두지만 ― 그 고양이가 무서워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공포감은 꼭 육체적 위협 때문에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 그러나 뭐라고 달리 표현할 방법도 없다. 고백하기도 부끄러운 일이지만 ― 그렇다, 이 흉악범 감방에 들어와 있는 지금도 여전히 고백하기 부끄러운 심정이다... 그 고양이가 나에게 안겨 준 공포와 전율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망상에 기인하는 것이었다.
전에 얘기했듯이 내가 죽인 고양이와 지금 이 얄미운 고양이와는 오직 한 가지 점만이 다를 뿐이었다. 배에 있는 커다란 하얀 점이 그것이다. 그 얼룩점에 대해 아내는 여러 번 내게 얘기해 관심을 불러일으키려고 했다. 이 얼룩점은 크긴 하지만 아주 희미한 것이었다. 그런데 서서히, 거의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서서히(내 이성은 오랫동안 그 사실을 부정해 왔지만) 그 얼룩점의 윤곽이 뚜렷해졌다.
그것은 입에 올리기에도 끔찍한 모양을 나타내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바로 그것 때문에 나는 그 고양이가 미웠고 무서웠으며 할 수만 있다면 그 괴물을 죽여 버리고 싶었다. 지금 그 얼룩점은 보기에도 소름 끼치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교수대... 무섭고 불길한 공포와 죄악의 고민과 죽음의 도구인 교수대 모양을 나타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나의 비참함은 이 세상의 것이라고 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 그런 비참함과 고민이 나를 짓눌렀다. 겨우 한 마리의 짐승, 내가 그 동류를 진심으로 경멸하며 죽여 버린 그 짐승이 하나님의 모습과 똑같이 창조된 인간인 나에게 이렇게도 끔찍한 괴로움을 안겨주다니! 아, 나는 밤에도 낮에도 안식의 기쁨을 누릴 수 없었다.
낮 동안에는 잠시도 그 고양이가 내 곁을 떠나지 않았으며 밤에는 밤대로 형언할 수 없이 끔찍한 꿈에 시달려 거의 한 시간마다 잠에서 깨어나곤 했다. 깨어 보면 그 불길한 짐승의 뜨거운 입김이 내 얼굴에 덮쳐왔다. 그리고 그 묵직한 무게가 ― 나로서는 뿌리칠 힘도 없는 악마의 화신이 ― 내 가슴 위에 버티고 얹혀 있는 것을 느꼈다.
이러한 고통에 짓눌려 내 마음속에 남아 있던 아주 작은 착한 마음마저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사악한 생각 ― 온통 시꺼멓고 흉악한 생각 ― 이 내 마음의 유일한 동료가 되었다. 여느 때의 까다로운 성격은 점점 더 심해져 모든 것, 모든 사람을 향한 증오로 바뀌었다. 이제 그 증오에 맹목적으로 몸을 내맡긴 나는 아무때나 돌발적으로 억누를 수 없는 분노의 발작을 일으켰다. 시도 때도 없이 터뜨리는 그 발작에 누구보다도 괴로워하고 누구보다도 참을성 있게 견디어 준 피해자는 ― 아,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던 나의 아내였다.
3. 파국
우리는 가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낡고 초라한 집에 살고 있었다. 어느날 내가 그 집의 지하실로 볼 일이 있어 내려가는 것을 아내가 따라 내려왔다. 그리고 그 고양이도 나를 따라 가파른 층계를 내려왔다... 나는 그 고양이 때문에 하마터면 거꾸로 나뒹굴 뻔했다. 나는 갑자기 흥분했다. 너무 화가 난 나머지 나는 자기도 모르게 손도끼를 집어 들고 그때까지 나를 억누르던 어린애 같은 공포심마저 잊어버리고 고양이를 도끼로 내리 찍었다. 만일 내 생각대로 제대로 내리쳤다면 고양이는 물론 그 자리에서 죽어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아내가 손을 들어 말리는 바람에 내 손길에 그만 멈칫했다.
나는 이렇게 간섭을 받자 악마도 당하지 못할 만큼 격노에 휩싸였다. 나는 말리는 아내의 손을 뿌리치고 고양이 대신 아내의 머리 한복판에 도끼를 찍어 넣었다. 아내는 비명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 푹 쓰러졌다.
이 무서운 살인이 끝나자 나는 곧 신중하게 이 시체를 감출 방법을 찾기에 골몰했다. 하지만 낮이건 밤이건 이웃 사람 눈에 띄지 않게 시체를 밖으로 내가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여러 가지 방법이 머리에 떠올랐다. 시체를 잘게 썰어 불에 태워 버릴 생각도 했다. 지하실 바닥을 파내고 그곳에 시체를 파묻어 버릴 생각도 했다. 아니면 그냥 뜰의 우물에 던져 버릴까... 그렇잖으면 무슨 상품처럼 커다란 상자에 담고 그럴 듯하게 포장하여 인부를 시켜 집에서 짊어지고 나가게 할 수는 없을까... 나는 여러 가지로 궁리해 보았다.
결국 나는 그 어느 것보다도 훌륭한 방법이 떠올랐다. 시체를 지하실 벽에 집어 넣고 발라 버리기로 한 것이다. 중세 시대의 가톨릭 사제들이 자기들의 희생자를 벽 속에 넣고 발라 버렸다는 기록도 있지 않은가...
마침 우리 집 지하실은 그런 목적에는 안성맞춤이었다. 벽을 아무렇게나 쌓아올린 채 최근에 회칠을 슬쩍 한 번 했을 뿐, 습기찬 공기 때문에 그것은 아직 굳지 않고 있었다. 더욱이 장식용 연통과 난로가 있던 벽 한쪽 튀어나온 부분을 메워 다른 곳과 똑같이 보이게 해놓았다. 그곳의 벽돌을 들어내고 시체를 집어넣은 다음 완전히 발라 버리면 된다... 누가 보아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이건 너무 쉬운 일인 것이다.
과연 내 짐작대로였다. 나는 쇠 지렛대로 손쉽게 벽돌을 떼어내고 시체를 조심스럽게 안쪽 벽에 세워 버티어 놓았다. 그런 다음, 별로 힘들이지 않고 원래대로 벽돌을 다시 쌓아올렸다. 그리고 모르타르와 모래와 머리칼을 얻어 조심스럽게 석회를 반죽했다. 이렇게 종전과 조금도 다름없이 새로 쌓아올린 벽돌 위에 석회를 골고루 발랐다. 일이 다 끝나자 나는 이제 다 마쳤다는, 뿌듯한 만족감을 느꼈다. 벽은 조금도 손을 댄 것 같지 않았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티끌 하나까지도 낱낱이 주웠다. 나는 의기양양하게 주위를 둘러보며 혼잣말을 했다.
"자, 그래도 난 헛수고를 한 건 아니야."
다음에 할 일은 이 끔찍한 비극의 원인인 그놈의 고양이를 찾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고양이를 찾으면 죽여 버리는 것이다. 만일 그때 그 고양이가 내 눈에 띄기만 했다면 그 운명은 단번에 끝장이 났을 것이다. 그러나 이 교활한 짐승은 지난번의 내 분노와 사나운 태도에 겁을 먹었는지, 내 앞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 불길한 고양이가 없어져서 내가 얼마나 홀가분하고 통쾌하고 안도감을 느꼈는지는 도저히 글로 표현할 수 없다. 사람들은 아마 상상할 수도 없을 것이다. 고양이는 그날 밤새도록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고 ― 그래서 나는 고양이를 집으로 데리고 온 뒤 처음으로 하룻밤 내내 편히 잠들 수 있었다. 그렇다, 분명 살인을 했다는 죄악감이 내내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데도 나는 편안히 잠을 잘 수 있었다.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나도 나를 괴롭히던 그놈의 고양이는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다시 자유로운 몸이 되었다. 비로소 숨을 쉴 수 있게 된 것이다. 나에게 두려움을 안겨주던 그 괴물은 이 집에서 영원히 달아났다. 이제 두 번 다시 그 고양이를 볼 일이 없다... 이렇게 생각하자 나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행복했다.
나는 별로 내가 저지른 죄가 두렵거나 양심의 고통을 느끼지도 않았다. 두세 차례 심문을 받았지만 별 문제없이 척척 답변할 수 있었다 집을 수색하기도 했지만 아무 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제 내 앞날에는 행복만이 남은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런데 아내를 죽인 지 나흘째 되는 날, 뜻밖에도 경찰들이 한 무더기 다시 몰려와 집안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제아무리 찾아본들 숨겨둔 시체를 찾을 리는 없다. 나는 이렇게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경찰들은 나에게도 함께 아내를 찾아보자고 말했다. 그래서 나도 경찰들과 함께 집 안을 구석구석까지 뒤졌다. 지하실에는 세 번인가 네 번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나는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았다. 내 심장은 마치 천진난만하게 잠든 아이처럼 조용히 뛰고 있었다. 나는 가슴 위로 팔짱을 끼고 지하실을 여유만만하게 돌아다녔다.
경찰들은 완전히 의심이 풀려 집을 떠나려 했다. 나는 기쁨을 억누를 수 없었다. 나는 승리의 표적으로 한마디 하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내 무죄를 그들에게 한층 더 확인해두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 나는 끝내 참지 못하고 층계를 올라가는 경찰들에게 말을 건넸다.
"여러분, 의심이 풀려 무엇보다도 기쁩니다. 여러분의 건강을 빌며 앞으로는 좀 예의 있게 행동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여러분 어떻습니까? 이 집은 구조가 아주 썩 잘 되어 있지 않습니까?"
나는 아무 이야기나 마구 지껄여대고 싶은 격렬한 욕망에 휩싸였다. 나는 내가 뭘 말하고 있는지조차 의식하지 못했다.
"참 잘 지어진 집이지요. 무엇보다도 이 벽 말인데... 아니, 여러분 벌써 돌아가시는 겁니까? 어떻습니까, 이 벽을 보세요... 얼마나 견고한지..."
이렇게 말하면서 나는 완전히 흥분했다. 그리고 마치 미치광이처럼 들고 있던 작대기로 아내의 시체가 들어 있는 바로 그 부분을 힘껏 내리쳤다.
그러자 아, 하느님, 악마의 그 독니로부터 나를 구해 주소서! 내리친 벽의 메아리가 채 가시기도 전에 무덤 속에서 대답하는 듯한 소리가 들려 왔다! 처음에는 어린아이의 울음소리처럼 짓눌린 채 간간이 끊어지는 소리였다. 그런데, 곧 이어 그 소리는 도저히 사람의 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는 길고 높은, 끊어지지 앟는 아주 끔찍한 비명으로 바뀌었다.
그것은 지옥에 떨어진 죽은 자와 그 파멸에 기뻐 날뛰는 악마의 목구멍에서 동시에 흘러나오는 소리였다. 지옥에서만 들을 수 있는, 공포와 승리가 반씩 섞인 울부짖음이었다. 나는 정신이 아득해지며 반대쪽 벽으로 쓰러질 듯 비틀거렸다.
층계 위 경찰들도 한동안 공포와 놀라움에 사로잡혀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대여섯 명이 달려들어 억센 팔로 벽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벽은 곧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이미 썩어 들어가 핏덩어리가 말라붙은 시체가 모두의 눈앞에 뚜렷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머리 위에는 시뻘건 입을 찢어져라 벌리고 하나뿐인 눈을 커다랗게 부릅뜬 그 무서운 고양이가 앉아 있었다. 내가 살인을 하도록 감쪽같이 끌어들이고, 지금은 그 비명 소리를 질러 나를 교수대로 유인한 그 고양이 말이다. 나는 이 괴물을 구멍 속에 시체와 함께 넣고 그대로 발라 버렸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