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어린 시절,동무들과 숨바꼭질 하던 기억을 즐겁게 떠올려 보곤 합니다. 술래가 눈을 가리고 있는 동안 나만의 숨을 곳을 찾아 몸을 숨기고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짧은 고독을 즐기곤 했지요.
 
있는 곳을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과 끝까지 찾질 못해 나만 홀로 남겨지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엇갈리기도 했던 숨바꼭질 놀이가 요즘은 눈에 띄질 않습니다. 어린이들 조차 너무 바빠 골목길에서 뛰어 노는 시간보다는 방안에서 컴퓨터 게임에 열중하는 시간이 더 많은 듯합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 진정 고요한 시간을 갖고 자기 자신을 깊이 들여다 볼 틈이 없는 날들을 살고 있습니다.
 
보고 듣고 말할 것이 하도 많아 우리의 눈과 귀와 입은 늘 쉴 틈 없이 피곤하므로 아마 이들도 말을 할 수 있다면 "주인님,제발 저도 가끔은 조용히 휴식하게 해주십시요" 하고 표현 할지도 모를 일 입니다.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면서도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명상에 잠기기 보다는 휴대전화를 연신 눌러대며 큰소리로 이야기를 하고, 산에서도 라디오를 크게 틀어놓고 손뼉을 치며 춤을 추는 이들을 보노라면 조용히 혼자 있는 여유를 잃어 버리고 사는 우리의 모습이 더 확연히 느껴져서 안타까운 마음 입니다.
 
살아가면서 매일은 아니더라도 가끔은 아주 가끔은 숨바꼭질 하는 마음으로 외부와의 약속을 잠시 미루어 두고 내면에 감추어진 전원을 켜서 자기 자신을 깊이 들여다 보는 시간이 꼭 필요 하다고 봅니다. 내가 나와 사귀는 시간, 내가 나와 놀아 주는 여유로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야만 다른 이와의 관계도 앞으로 해야 할 힘든 일들도 더욱 슬기롭게 꾸려갈 수 있을 것 입니다.
 
어쩌다 숨고 싶은 갈망 생겨도 바쁜 것을 핑계로 이를 묻어 버리지 말고 애써 숨을 곳을 찾는 노력이 중요 합니다. 그 장소는 집안의 빈방이나 정원일 수도 있고 절, 성당, 교회일 수도 있으며, 산이나 숲, 강이나 바다 일 수도 있을 것 입니다. 내가 나와 만나기 위해 잠시 일손을 놓고 일상에서 물러나 조용히 기도 하는 것, 하늘과 노을을 바라보는 것, 새소리를 듣는 것 만으로도 마음엔 깊고 맑은 평화가 흐를 것 입니다.
 
이런 시간을 자주 갖는 습관을 들이면 들일수록 우리는 어느 날 문득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어질 것입니다.
 
'아, 알았다. 가끔은 혼자 숨어 있을 필요가 있는 걸.이것이 바로 내가 나에게 주는 좋은 선물임을 왜 진작 몰랐을까.'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