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논리

결별은 돌연 이유도 없이 우리를 엄습하는 어느 감정인 것 같다.



또 가을이 오고

가을은 모든 것의 정리의 때, 옷에 달린 레이스 장식을 떼듯이 생활과 마음에서 불필요한 것은 떼어 버려야겠다.


9월 30

모든 의무는 왜 이렇게 끔찍한 맛을 지니고 있는가?
의무 완수가 주는 상쾌감은 정신적 카타르시스(淨化作用)에 불과하다.
그러나 깜짝 놀랄 일, 우주가 새 것으로 느껴지는 순간으로 가득 찬 생(生)이란 책 속에서 가능하리라.
책과 나, 생과 나, 여자와 나와의 관계를 좀 더 생각해야겠다.

  ― 1964. 9. 30.


12월 8일
그의 의식에 비친 내 의식에 구토를 느꼈다.